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은 현재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 세금을 늘릴 시기가 아니라며 정치권의 증세론에 반대했다.
조 원장은 20일 연구원 설립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실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증세는 안된다”며 “일단 지출을 줄이고 증세가 필요하면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만약 증세를 하게 된다면 세목으로 소비세와 소득세를 꼽았다. 다만 세율이 선진국보다 낮으니 높이자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세금이 경기에 미치는 비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소비세인 부가가치세에 대해선 당장 세율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다른 나라에 비해 면세가 많은 부분을 우선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비과세를 없애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일본이 소비세를 인상한 사례에서 입증됐듯이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분명히 밝히면 설득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득세와 관련해서 고소득자의 세율을 높이기보다 소득공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증세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면서도 최저한세율을 높이고 대기업에 편중된 각종 공제를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조 원장은 이어 “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 주장은 결국 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리자는 의미”이라며 “이보다는 평균세율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파생상품거래세에 대해선 찬성했다. 조 원장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미국, 유럽연합 등이 자금을 풀면서 유동성이 크게 늘어 거래비용을 높여 토빈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3년간의 시행유예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