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박희정 HDC현대아이파크몰 주임 "이웃사촌을 찾습니다"

입력 2012-09-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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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가 가까워질 무렵의 귀갓길, 가로등 불 빛 희미한 골목을 걷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귀에 깊숙하게 꼽아둔 이어폰을 살며시 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는 습관이 생긴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잔악무도한 범죄들이 연일 신문과 뉴스를 뒤덮기 시작한 그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몇 걸음 걸었을까,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듬직한 사내 형상의 그림자가 나를 앞지르기 시작할 무렵, 나는 흠칫 놀라 뒤를 두어번 더 돌아보았고 바로 집 앞까지 그 사내의 그림자가 따라와 휴대폰을 움켜쥔 채 긴장되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몇 번을 더 뒤돌아 보며 사내의 동태를 파악하던 순간, 잔뜩 겁에 질린 내 표정을 본 사내가 한 마디를 건냈다. “안녕하세요”라며 밝은 미소를 더해서 말이다. 그 사내는 얼마 전 이사온 듯한 윗집의‘이웃 사촌’이었다.

언제 이사를 왔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에게 실례를 범한 것 같아 머쓱한 미소를 담아 “안녕하세요”라고 맞 받아 인사했다. 그 말 뒤에는 ‘흉흉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젊은 처자의 안쓰러운 노력이라 생각해주세요’라는 말을 잔뜩 생략해서 말이다.

지난 달 개봉한 영화 ‘이웃사람’처럼, 언젠가부턴가 정을 나누던 ‘이웃사촌’은 알 수 없는 동네로 이사를 가버리고, 곁에는 서로를 경계하는‘이웃사람’들만 남아있는 기분이 들만큼 주변에서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삭막함 속에서 소통을 찾고 따뜻한 인간애가 그리워 몸서리치면서도 정작 어느 누구에게도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해 또 다른 단절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이 같은 단절의 연속이 새로운 잠재 범죄자를 매일같이 양산해낼 수 있다는 것을우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쉽사리 불안감을 떨치고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밀 용기를 내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늘 귀갓길에는 윗집의 사내와 같이 집 근처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에게 경계의 눈초리 대신 따뜻한 인사부터 먼저 건내볼까 한다. 나의 이웃, 당신의 이웃이 오늘도 안전하길 바라며, 그리고 우리의 작지만 따뜻한 인사를 통해 정감 있는‘이웃사촌’들이 되돌아오길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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