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탈주범' 최갑복(50·강도상해 피의자)은 도주 과정 등에서 곳곳에 자필 메시지를 남기는 특이한 행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최가 빠져나간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는 '出理由書'(출이유서·유치장을 나가는 이유)라고 적힌 구속적부심 청구서가 발견됐다. A4 용지 크기의 이 용지는 탈출을 치밀하게 준비한 최가 경찰관에게 필기구와 함께 미리 요청한 것이었다.
최는 청구서의 청구이유란에 제목을 쓰고는 '미안합니다', '누명은 벗어야 하기에 선택한 길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선의적 피해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누구나 자유를 구할 本能(본능)이 있습니다'라며, 괴로움과 어려움을 구원해 달라는 의미인 '救苦救難 南無觀世音菩薩(구고구난 나무관세음보살)'을 한문으로 썼다.
앞서 지난 12일 경찰에게 붙잡히기 전 최는 자신의 소년원 동기인 A씨의 집 밖 벽면에 '천벌 받는다', '너는 卽死(즉사)다'라고 써놓은 일도 있다.
22일 최는 밀양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붙잡히기 전 12㎞가량 떨어진 고추밭 농막에 식칼 1자루 등을 훔치러 들렀다가 농막 주인 앞으로 '죄송합니다. 비강도자 최갑복'이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최가 곳곳에 메시지를 남긴 것은 자신의 범행과 탈출에 억울함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찰에 검거된 최는 탈출 의도를 묻는 기자들에게 "나는 살다오면서 남을 해친 적이 없는 데 경찰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내게 죄를 덮어 씌웠다"며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달아났다"고 말했다.
최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만 다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문쓰기 실력은 중·고등학생 이상의 수준을 보여 잦은 수감생활 중 한문을 따로 공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