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9일, 전남 무안의 한 저수지에서 흰색 차량과 함께 한 남자의 사체가 발견됐다. 사망한 남자는 18일 전 연락이 끊긴 실종자 이정수 씨(당시 57세)였다. 이상한 것은 발견 당시 사체의 자세.
이 씨는 두 다리를 운전대 위로 올리고 안전벨트까지 맨 채, 마치 휴식을 취하는 것 같은 자세로 숨져 있었다. 기어는 D에 놓여 있었고, 운전석의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외상은 전혀 없었고 차체도 손상이 없었다.
제작진은 부자연스러운 시신의 자세에 주목, 실험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시신의 상태는 사고나 자살로 보기에 불가능한 자세라고 밝혔다. 이 씨는 저수지로 입수하기 전에 이미 의식을 잃었고 누군가 차를 밀어 넣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부검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인은 익사가 아닌 급성약물중독. 이 씨의 체내에서 치사량에 가까운 수면제성 약물이 민들레 즙과 함께 검출됐다. 이웃들은 사고 나기 얼마 전부터 이 씨의 아내(재혼)가 집에 민들레를 심었다고 했다.
당시 간이 나쁜 남편을 위해 아내는 밤 10시만 되면 남편에게 민들레 즙을 달여 먹였다. 실종 당일, 친구들과 함께 있던 이 씨는 밤 10시가 되자 민들레 즙을 먹으러 가야한다며 자리를 떴다.
석연치 않은 일은 또 있었다. 그가 사망하기 2년 전에도 의문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2004년 5월, 용달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이정수 씨를 뒤에서 들이받아 이 씨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당시 이 씨의 동생은 형수가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합의를 해줬다는 것과 사고 몇 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가입한 교통사고 보험 등을 이유로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 씨의 아내는 혐의를 부인했고 사건은 그렇게 미제로 남는 듯 했다.
그런데 6월,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사건을 재수사하던 경찰의 보험범죄전담수사팀은 2004년에 발생한 이 씨의 오토바이 사고가 아내의 청부에 따른 살인 시도였다고 밝혔다.
이 씨의 아내가 당시 자신과 내연 관계였던 정 씨에게 1억을 주기로 약속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남편을 죽여 달라 사주했다는 것이다. 정 씨는 다시 자신의 지인인 한 씨에게 8천만원을 주고 고의 교통사고를 의뢰했지만 사고 직후 한 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켜 이정수 씨를 응급실로 이송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정 씨는 2006년 저수지 사건 역시 이 씨의 아내가 남편에게 약물이 섞인 민들레 즙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후 차량 채 저수지로 밀어 넣었고 이 과정을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보험금을 노린 아내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이 씨 명의로 된 보험은 총 16개. 수익자는 모두 이 씨의 아내였다. 게다가 일부 보험은 다른 사망 사고에는 보장되지 않고 교통사고일 경우에만 거액이 보장되는 특약이 설정돼 있었다. 아내는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하며 이 모든 것이 동거남이었던 정 씨의 모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저수지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고 날로 진화하는 보험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