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띄우는 데 까지가 내 역할이다. 대선 과정에 관여하는 일은 없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경제멘토로 알려진 이헌재(68) 전 경제부총리의 말이다. 그가 논란이 된 자신의 안 후보 캠프 내에서의 역할론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배가 항구에 제대로 도착하기까지에는 40~50대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돼 끌고 갈 것”이라며 “대선 과정에 관여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최근 자신을 향해 진보 성향 학자와 정치인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해 안 후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부총리는 “젊은 이들이 중심이 돼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고 이들을 통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배가 출항을 해 항구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그때 다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뒀다.
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초대 총리를 맡을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도 “(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더라도) 입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초대 정부는 40~50대를 중심으로 꾸리고 총리는 국회에서 맡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또 자신과 안 후보를 박근혜-김종인, 문재인-한완상 구도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옳은 비교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안 후보 평가와 관련해서는 생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고 정직하며 외부로 표현된 이상으로 과단성 있는 인물”이라며 “결정하기 전까지는 장고하지만 일단 결심이 서고 실행에 옮길 때는 좌고우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DJ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