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은의 롤러코스터] 걸그룹 종착역은 성 상품화?

입력 2012-09-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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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악 프로그램에는 수많은 걸그룹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하의 실종’이란 단어가 이제 일상화된 것처럼 누가 더 짧게 입을 수 있나 경쟁하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해 도발적인 눈빛과 손짓을 보여준다. 섹시 대결은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신인 걸그룹이든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기성 걸그룹이든 가리지 않고 펼쳐진다.

한류 스타 카라는 지난달 컴백에 앞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알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성숙해진 것은 무대 의상 뿐이었다. 안무 도중 재킷을 벗고 등을 노출하며 화제몰이에 나선 모습은 1년 만에 컴백하는 데뷔 6년차 걸그룹의 행보라기엔 실망스러웠다. 과거 ‘미스터’ ‘루팡’ ‘점핑’ 등 히트곡을 통해 나름대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립해 온 카라지만 결국 오랜만에 컴백하면서 선택한 것은 섹시 콘셉트였다.

▲사진=KBS 2TV

걸그룹 시크릿은 한 술 더 떠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아슬아슬한 핫팬츠를 입고 다리를 벌리며 골반을 튕기는 파격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쩍벌춤’이란 민망한 이름까지 붙은 이 안무는 공개되자마자 많은 논란을 낳았다. 어쩌면 기획사는 이런 논란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시크릿과 신곡 ‘포이즌’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모든 걸그룹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섹스어필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만하다. 데뷔 초에는 어느 정도 다른 그룹들과 차별화 된 콘셉트를 가지고 나서지만 활동 연차가 쌓이면 대부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섹시 콘셉트를 추구한다. 다만 덜 노골적이고 더 노골적인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물론 변화무쌍한 가요계에서 대중의 선택을 받으려면 고착화된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그들의 고충을 이해한다. 성적 소구만큼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없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나이 어린 걸그룹들이 스스로 여성의 성 상품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보는 이를 씁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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