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은행권이지만 앞으로의 성장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 역시 은행들의 시선을 해외로 이끌고 있다.
◇은행 글로벌 영토전쟁 막 올라= 은행권이 기업금융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서 직접 해외 소매금융 시장으로까지 영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현지화 전략을 기존의 국내 기업과 동포 중심 영업에서 현지 소매금융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일본과 중국에 점포를 개설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하반기에 해외 점포를 신규 개점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도쿄지점에 이어 오사카에 일본 내 두 번째 지점을 냈다. 이번 지점 개설로 국민은행은 10개 국가에 14개 해외 네트워크를 갖게 됐으며, 올해 안으로 중국 현지법인과 북경 지점을 추가 개점할 계획이다.
기존과 다른 전략은 국내 기업과 교포에서 영업대상을 확대해 현지 고객 유치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강점으로 꼽히는 소매금융 노하우를 녹여내고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등 영업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중국 현지법인인 하나은행유한공사는 지난달 8일 광조우분행의 문을 열었다. 하반기에는 상해, 청도, 심양에 영업점을 추가로 개설해 연말까지 중국 내 영업점 수를 18개로 늘릴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소매금융을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 하나은행은 설립 초기부터 현지인 관리인을 채용해 전산개발 및 여신심사 현지화를 진행했으며, 현재 중국인 고객이 70%에 이른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일본 현지법인인 SBJ 나고야지점을 개설했다. 이번 나고야지점 개점으로 한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14개국 61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하반기에 중국·일본·베트남 등지에서 5~6개 점포를 연다.
우리은행은 지난 24일 브라질 현지 법인을 열고,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먼저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브라질 시장에 진입한 후, 스페인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BBVA) 은행 등 현지 유력 은행들과 연계해 소매금융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BBVA는 세계 35위 은행으로 남미 지역에 방대한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다.
한편 기업은행은 대기업보다 인지도가 낮은 국내 중소기업들은 해외에 진출에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현지 곳곳에 직·간접적으로 진출해 이들은 위한 금융지원 창구를 만들고, 현지 은행들과의 네트워크를 미리 확보해두자는 전략이다.
기업은행은 오는 10월 호주뉴질랜드(ANZ)은행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철광석과 석탄 매장량이 풍부해 우리 기업들이 자원개발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어 기업금융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이민자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도 개인금융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일거양득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뱅크를 향해= 최근 시중은행들이 아시아지역 영업망 확충에 분주하다. 특히 은행장들이 직접 나서 현지를 방문 영업망을 점검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동남아 신흥시장을 앞장서 개척하자는 의미다.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을 놓고 은행권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본궤도에 올랐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소재한 자산 7000억원 규모의 현지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12월 현지은행인 빙탕 마눈갈(BIMA)을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지 5년만에 2번째 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 뱅크 하나는 총 26개의 현지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인도네시아에서는 고객 상당수가 한국계가 아니라 현지 기업ㆍ가계라는 점에서 현지화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초 22개국에 50개 네트워크를 보유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날개를 달았다. 하나금융은 기존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의 8개국 52개 네트워크를 포함해 무려 22개국에 102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성장성 높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만큼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지난달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이 인도네시아 사우다라 은행의 지분 33%를 인수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를 위한 외국계 투자은행 자문사를 선정했다. 현지 은행 가운데 3~4곳을 추려 세부적인 인수 작업을 시도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은행 산업의 성장률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면서 “정부의 사회기반시설 개발은 금융산업에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승수효과로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