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해외진출 러시] 금융규제 강화 추세… 잠재력 크지만 리스크도

입력 2012-09-26 10:11 수정 2012-09-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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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진출 명과 암

▲각 금융그룹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현지화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형 은행 인수에도 역량을 쏟고 인프라에 해당하는 지점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위) KDB산업은행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 개소식에서 강만수 회장. 신한은행의 일본 나고야 지점 개소식.
아시아 금융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이 가속화 되고 있다.

실제로 KDB산업은행은 최근 동남아국가 인프라사업의 금융수출 활성화를 위해 현지 네트워크 구축 강화에 나섰다.

지난 24일 산은은 베트남 교통부와 상호 업무협력 MOU를 맺고, 인프라 투자 관련 정보·경험 등 네트워크를 공유키로 했다. 이를 담당한 김원일 산은 PF센터 부행장은 “국제회의 참석을 통해 개도국에 산은 PF금융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동남아 지역에 금융수출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이 국내 은행 최초로 미얀마 중앙은행(Central Bank of Myanmar)으로부터 양곤(Yangon) 사무소 설립 관련 최종 승인을 획득하면서 해외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날개를 펴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은 동남아지역 진출에 집중하면서 이외의 지역을 전담하는 외환은행과 금융지주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팔성 회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동남아 지역에 이미 협상 중인 곳 외에 추가로 2곳에 대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국내 금융권이 동남아 진출에 눈을 돌리는 첫 번째 원인은 국내금융시장의 포화상태와 맞물려 있다. 게다가 글로벌 위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로 강화되면서 해외활로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그 때문에 중국의 금융진출은 이미 시장개척의 의미보다는 안정화 단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예대율 75% 이하로 유지해야 위안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등 갈수록 업무여건이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게다가 글로벌 위기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진출은 아직 인수규모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 또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발달한 선진국 진출은 뚜렷한 차별성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가지는 동남아 금융시장은 앞으로 잠재력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의 글로벌 진출을 담당하고 있는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특히 개인대출은 은행의 소액대출 저변이 약한 동남아 지역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수익 면에서는 미약한 부분이 많지만 잠재력을 고려한 성장률을 고려한다면 동남아 지역의 장기적인 금융산업 진출은 필수불가결하다는 평가다.

또한 동남아 자원 개발과 관련한 국내 건설투자사와 결합한 금융시너지 효과 또한 동남아 진출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전문가들은 동남아 시장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지상황을 고려치 않은 막연한 진출은 역효과라고 보고 있다.

▲신한은행의 베트남 지점.
실제로 동남아 지역의 현지 금융당국이 외국인 지분 한도를 비롯해 의무대출 관련 규제 등 제도적 진입장벽을 높이는 추세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외국계 은행의 신탁 및 간접투자 업무가 금지돼 있고 인도네시아는 아예 은행의 소유권을 내주지 않으려고 외국인의 지분 한도를 최대 40%로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 분야 규제도 강화돼 삼성화재가 진출한 태국의 경우 오는 2014년까지 신규 인허가를 주지 않기로 했고 인도네시아는 외국계 보험사가 반드시 현지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도록 했다.

최근 신흥시장인 인도는 외국계 보험사의 합작투자 허용 비율이 고작 26%에 불과하다.

이같이 동남아 지역의 금융여건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앞서 우리나라에 진출한 론스타의 ‘먹튀’를 걱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단물만 빨아먹고 나가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조치다.

그 때문에 동남아 현지 금융당국과의 스킨십은 이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금융규제를 좌우하는 관료와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90% 이상 추진된 진출계획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시장의 규모만 보고 뛰어들어서는 손해가 명약관화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점포들은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 시시각각 변하는 규제 내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해외 영업에는 정치적 위험, 환 위험 등 여러 리스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굴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앞으로 동남아권의 금융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법률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금융규제 환경에 대한 상세한 파악, 합작방식으로 진출할 때 파트너와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진출 후에는 다양한 판매 채널 확보와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이 수반돼야 비로소 현지화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동남아지역의 인프라시장을 통해 금융과 건설이 함께 현지에 진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 하다.

실제로 동남아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럽이 한발 물러선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 관련 사업 기회를 최근에는 일본의 금융, 건설 연합군이 주도하고 있다. 그만큼 현지 금융권 진출도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동남아 국가 중 인도네시아 인프라 시장은 약 4500억달러로 가장 많다. 이어 말레이시아(1880억달러), 태국(1730억달러), 필리핀(1270억달러), 베트남(1110억달러) 순이다. 때문에 이 같은 시장을 두고 국내 금융도 건설부문과 협업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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