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에 대한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의 평결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침해 소송에서 배심원 대표를 맡았던 벨빈 호건이 심문 선서 때 과거 소송 사실을 숨긴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호건이 과거 법정 소송 사실을 함구한 것에 대해 미국 법원이 ‘배심원의 비행(misconduct)’으로 규정할 경우 지난달 24일에 나온 배심원 평결이 무효가 되고 새로운 재판이 열리거나 ‘증거 청문회’가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호건은 지난 1993년 하드디스크(HDD) 전문업체 시게이트와 소송을 벌였다.
호건은 1980년대 시게이트에 취직하면서 구입한 주택의 모기지를 분담하기로 했으나 1990년대 해고됐다.
시게이트는 해고 후 모기지 분담 비용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호건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게이트는 맞소송 했고 호건은 당시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문제는 호건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배심원으로 뽑히기 전에 열린 배심원 예비 심문선서에서 소송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건은 루시 고 담당 판사가 재판 전 배심원들에게 “당신이나 당신 가족, 또는 당신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 피고나 원고, 또는 증인으로 소송에 연루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게이트와의 소송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창업한 회사의 부도 후 2008년에 한 프로그래머가 소프트웨어 소유권 문제로 내게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만 밝혔다.
호건은 “지금까지 연루된 모든 소송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질문을 받지 않아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 시게이트와의 소송과 그에 따른 개인 파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호건이 소송과 관련된 문제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배심원의 자격을 문제삼아 재판을 다시 할 것을 미국 법원에 요청했다고 IT 전문매체 시넷이 전일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12월 열리는 ‘평결불복법률심리(JMOL)’에 관한 의견서를 최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이 문서에서 “벨빈 호건 등 일부 배심원들이 평결지침을 어긴 행동을 했으므로 기존 평결이 무효”라고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