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26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안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방문은 부산·경남(PK) 지역의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안 후보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권 여사의 주영훈 비서실장 등과 함께 묘역에서 참배하면서 ‘추모합니다. 안철수’라고 적인 국화꽃바구니를 놓았다. 방명록에는 ‘사람을 사랑하셨습니다. 진심 어린 마음가짐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 후보는 참배를 마친 뒤 사저에서 40여분간 권 여사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권 여사는 안 후보에게 “잘하고 계시다. 건강 잘 지키시고 앞으로도 잘 하셔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노 전 대통령 취임하시기 몇 달 전에 따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며 “그때 노 전 대통령이 원래는 후원회장을 부탁하려고 했는데 전날 밤 저의 책을 다 읽고 나니 후원회장을 시키면 안 되겠다, 마음고생을 하겠더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식에 국민대표로 초청해주셔서 참석을 했었다”면서 “서거하셨을 때는 딸이 미국에 있었는데 귀국을 해서 봉하에 가보겠다고 해 부인과 딸이 봉하에 내려와 몇 시간을 참배를 했었다”고 덧붙였다.
권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는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주영훈 비서실장, 조광희 비서실장, 유민영 대변인도 함께했다.
안 후보는 예방을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노 전 대통령이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고, 정말 진심을 갖고 사람을 대해준 분이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노 전 대통령과 몇 번 인연이 있었다. 이에 대해 말씀드렸다”면서 “정치인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좋은 말씀들 해주셨다”고 전했다.
봉하마을을 찾은 이유에 대해 묻자 “현충원을 다녀온 연장선상”이라며 “(문 후보와의 단일화 등) 정치 관련 말씀은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추모관에 들러 사진 등을 살펴본 뒤 모교인 부산고등학교로 향했다.
부산고 방문은 한 재학생의 학부모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식이 반항아인데 효도의 중요성과 예의범절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해 이뤄졌다.
안 후보는 부산고를 방문해 “(내가) 대선에 나가게 됐는데,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으로 전 세계가 주시한다”면서 “민주주의 발전 단계에서 이 일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맺어지고 성공한다면 다른 민주국가에서 어떻게 확산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교 문제가 민감한 문제인데, 그냥 사안이 벌어질 때 반응하지 말고 미리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발언은 굉장히 신중하고 전략적이어야 하고, 그 밑에는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문제 대응방식을 비판했다.
안 후보가 이날 오후 부산고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마친 뒤 다음 일정 장소인 영화의 전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학교를 나서려고 했으나, 저축은행 피해자 30여명이 정문을 가로막아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피해자들은 “고향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안 후보가 대책을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 후보와 면담을 요구했다.
이에 안 후보 측 조 비서실장은 안 후보에게 사정을 전달하겠다며 피해자들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고, 향후 만날 것을 약속했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마지막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 전당에 들러 스태프들을 격려한 후 이날 공식 일정을 마쳤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역 양극화 해소 방안을 공약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해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