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전체가 이번 사건으로 허탈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 해보려고 했는데 또….”
한국수력원자력이 납품비리, 뇌물비리, 사고 은폐 등에 이어 이번 마약사건까지 연루되면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7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한수원 고리원자력발전본부 재난안전팀 직원 A씨 등 2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5일 구속됐다. 지역 폭력조직인 ‘통합기장파’ 조직원으로부터 히로뽕을 구입, 총 다섯 차례 투약한 혐의다.
이들은 화재 등 재난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고리원전본부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소방대원들이다. 원전 소재 지역 주민을 일부 직원으로 채용하는 제도에 따라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중 한 명은 고리원전 사무실 안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간설비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이 근무시간에 마약에 취해있었다는 것. 현재 검찰은 이들 외에도 고리원전 내부에 공범이 더 있는지 확인 중이다
한수원은 그동안 납품비리, 뇌물비리, 사고 은폐 등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랐던 터라 이번 마약사건의 충격이 더 크다. 자칫 잘못하면 한수원에 ‘비리온상 공기업’이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도 있어서다.
이 같은 인식을 잘 알기에 한수원 측도 이번 사고에 대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도 높은 쇄신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또다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충격에 싸인 모습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회사 내부도 지금 실망감에 휩싸여 있다"면서 "쇄신 이미지를 쌓으려고 하는 순간 또 이런 사고가 일어나 회사 전체가 허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6월 취임, 최근 강도 높은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김균섭 한수원 사장으로선 이번 사고가 더욱 뼈아프다. 실제 김 사장은 지난 26일 마약사건이 알려지자 긴급 임원 회의까지 소집, “끝까지 발본색원하라”며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수원 측은 “이번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된 소방대원들은 발전소안전운전과 직접 연관이 없어 사전 약물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향후 범위를 확대해 검진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