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형태를 비판해온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27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하면서 향후 안 후보의 경제정책 방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 교수는 안 후보의 정책네트워크 포럼 ‘내일’에 경제민주화 포럼을 구성하고 정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안 후보 캠프에서 외교 안보 통일분야를 제외한 정책 분야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안 후보는 이날 장 교수와 비공개 회동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장 교수가 저희 캠프에 참여해 정말 크나큰 원군을 얻었다”며 “우리나라 전체 발전에 정말 큰 공헌을 해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장 교수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은 경제민주화로부터 시작한다”며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경제, 희망을 주는 혁신의 경제, 모두가 공정하게 참여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공정한 시장경제가 경제민주화의 목표”라고 말했다.
구체적 정책방향으로 △공정한 경쟁 보장 및 양극화 해결을 위한 재벌개혁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는 노동 개혁 △노동자와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 희생 없는 경제 △사회 구성원 모두를 포용하는 포용성장 등을 제시했다.
재벌개혁 방향에 대해선 “기본적으로는 공정한 시장과 경쟁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시장 지배력을 가진 강자가 결과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순환출자 금지 등과 관련 “폐지 여부를 비롯한 여러 의견이 있다. 여러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얘기해나가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장 교수는 캠프 합류배경을 밝히는 도중 “안 후보가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했는데 저는 아버지께 저의 선택(캠프 합류)을 알려드리니 ‘너가 살아온 인생을 불사르고 가거라’ 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어 “‘재벌 저승사자’라는 표현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재벌은) 개혁과 개선의 대상이고, 미래를 위한 발판이라고 보기에 마치 재벌을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표현은 별로 마음에 안 든다”고도 했다.
장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주립대 얼바니대학원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박사를 거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한국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자문위원, 한국증권학회 이사,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대기업의 부실 경영 책임론을 지적하고 소액 주주 운동을 펼쳐왔으며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장하성 펀드)를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