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전자업계 40년 라이벌 답게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시장에서 정정당당한 승부도 벌였지만, 감정싸움과 비방전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잇따라 벌어진 소송전은 양사의 격해진 감정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 24일 LG전자는 삼성전자의 ‘부당 광고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자사와 LG전자 냉장고를 대상으로 ‘물 붓기’와 ‘캔 넣기’를 통한 용량측정 동영상을 개제하자 LG전자는 이를 △기만적인 광고 △부당 비교 광고 △비방 광고 및 부정경쟁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LG전자 HA사업본부 윤경석 냉장고 연구소장은 “품질과 서비스에 의한 본연의 경쟁이 아닌 악의적인 비방광고로 각종 법령을 어겨가면서까지 소비자를 오도하고 경쟁사를 폄훼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주장하듯 내용상에 기만이나 허위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 사는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TV 부문에서 소송이 잦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자사 TV 기술인 액티브 3D 방식이 LG전자의 기술인 패시브 3D 방식보다 우월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방영하자 LG전자는 전미 광고국(NAD)에 이의를 제기해 광고영상 사용 중단을 권고하는 결정을 받아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LG전자가 미국에서 ‘3D TV 테스트에서 소비자 5명 중 4명이 소니와 삼성보다 LG를 선택했다’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방영하자 NAD에 이의를 신청했고, NAD는 LG전자의 광고영상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PDP TV 관련 부당 비교, 비방,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세탁기에서도 소송전은 있었다. 지난해 호주에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버블세탁기 광고 중 일부가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과장 광고라며 호주 광고심의위원회(ACB)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ACB는 지난 2월 삼성전자의 버블 세탁기 광고가 과장광고에 해당 된다며 TV, 전단지, 언론홍보 등에 관련 표현을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소송전은 최근 양사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 제품 국내 시장 점유율은 과거 LG전자가 우위에 있었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좁혀졌다. 냉장고 소송을 불러온 ‘용량 전쟁’도 이같은 경쟁 구도의 연장선에 있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과거 국내 휴대폰 시장을 삼성과 양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서 60~70% 점유율로 갤럭시 천하를 이뤄낸 반면, LG전자는 팬택과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LG전자가 그룹 전계열사 역량을 집중한 옵티머스G의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2를 앞당겨 출시한 것도 LG전자의 분노를 샀다.
TV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전세계 28.5%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LG전자는 15.2%로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LG전자도 꾸준히 점유율을 높히고 있다. 특히 3D TV와 OLED TV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기술을 사용하면서 상대방 기술 깎아내리기가 거듭되고 있다. 결국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