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망해도 총수는 살아남는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윤 회장의 비도덕적 경영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 한 후 윤 회장은“경영권에 욕심이 없고 모든 것을 채권단에 맡겼다”고 말했지만 투자자들과 관계자들은 법정관리 신청 전에 벌어졌던 일을 놓고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28일 금융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26일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바로 직전에 다른 계열사로부터 빌린 대여금을 조기에 상환하고 극동건설이 보유 중이던 자산도 계열사로 헐값에 처분했다.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신청 직전인 20일과 25일 웅진에너지(280억원)와 웅진씽크빅(250억원)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급 530억원을 모두 갚았다. 차입금은 당초 28일 상환 예정이었지만 26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채권·채무가 동결될 것을 염두에 둔 조치다.
극동건설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인 25일 비상장 자회사인 오션스위츠의 지분 100%를 웅진식품에 팔았다. 제주도에 위치한 오션스위츠는 2010년 4월 오피스텔을 리모델링해 호텔로 개장했다. 지난해 매출 107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극동건설은 이러한 알짜 자회사를 34억원에 넘겼다. 이는 지난 1월말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한 5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윤 회장 일가의 도덕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부인인 김향숙씨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보유 중이던 웅진씽크빅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김씨는 24~25일 이틀 동안 주식 4만4781주(지분율 0.17%)를 4억원에 전량 매각해 약 5000만원가량의 손실을 줄였다. 친척인 윤석희씨도 이달 들어 총 5회에 걸쳐 2890주를 약 1억1000여만원에 매도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을 상대로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렇듯 윤 회장의 도덕성이 결여된 일처리로 인한 피해는 채권단과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특히 웅진그룹 채권단은 “윤 회장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웅진 측이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것.
채권단 관계자는 “일정부분 손해를 나누고 회생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왔는데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해 당황스럽다”면서 “두 회사의 갑작스러운 기업회생 신청으로 금융권과 투자자가 받는 손해는 2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행보를 두고 기업은 망해도 총수는 건재한 전형적인 관행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을 윤 회장이 이제 와서 책임경영을 운운하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1998년 외환위기(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쓰러졌던 기업들의 총수들이 잇속을 챙긴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