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증시 좌충우돌] "그들만의 보고서"

입력 2012-09-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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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아 무익할 때가 많아요.” 한 개인투자자가 털어놓은 넋두리다.

최근 정치테마주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시세조종 혐의가 있는 정치테마주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정치테마주 폐해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입장에서의 대책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움을 남는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정치테마주 관련 발표는 건전한 주식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생각과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정치테마주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다. 이들에게 기업에 대한 정보는 높은 벽이다. 그나마 증권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기업분석 자료는 어려운 용어들로 가득 차 있다. 매수하라고 해놓고 도통 이해하기 힘든 용어로 매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든 증권사들이 기업분석 보고서에 사용하는 용어 중 ‘벨류에이션’(valuation)이 있다. 애널리스트에게 이 용어를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어떻게 설명하면 되는지 물었다. 애널리스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냥 벨류에이션”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쉽게 풀어서 ‘가치평가’라고 하던지 보고서에 대략적인 설명만이라도 넣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보고서를 뒤져봐도 어려운 용어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전문용어를 풀어 쓰는 증권사는 단 한곳도 없다. 증권사들이 보고서가 일반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전혀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누굴 위해 기업분석 보고서를 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기업 제품에 대한 전문용어조차도 뜻풀이 없이 무분별하게 쓰다 보니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보고서를 보고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답답함으로 머리를 채워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증권업계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가치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가 않은 행태다.

일부 기업들의 공시도 어렵다. 회사의 전반적인 재무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감사보고서의 주석이 모두 한문으로 작성되는 사례가 있다. 심지어 서술 문구까지 한문으로 작성되면서 천자문을 떼지 않고는 도저히 읽을 수가 없을 정도다.

최근 회계기준이 연결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바뀌면서 종목 계열사에 대한 정보도 투자자에게 반듯이 필요한 정보다. 용어를 풀어서 설명하거나 한문을 한글로 바꾼다고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증권사와 기업들의 배려있는 보고서와 공시는 시장과 기업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묻지마 투기를 예방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묻지마 투기’와 ‘한탕주의 투기’에 대한 ‘사후약방문’ 대책만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예방차원의 세심한 생각도 해야 한다. 선진국은 정보 수요자를 고려해 증권사와 기업들이 보기 편한 보고서와 공시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보고서가 폐해를 거를 수 있는 그물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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