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고리원자력본부 재난안전팀 직원 두 명이 히로뽕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이 근무시간에 마약에 취해있었다는 것은 한수원 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얘기다. 실제 원전에 화재사고가 났더라면 어떻게 됐을 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여기에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마약을 투약한 직원들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한수원은 뇌물비리, 납품비리, 사고은폐 등 각종 불미스런 사건들에 연루돼 왔다. 지난 2월 정전으로 고리 1호기가 가동을 중단했음에도 한 달이나 은폐했다가 들통 났다. 지난 7월에는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간부들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분명한 건 이 모든 사건들의 원인은 바로 ‘사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폐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축적돼 왔던 직원들의 안이한 생각과 해이해진 근무기강이 한꺼번에 외부로 표출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가 원전의 안전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첨단 설비라고 해도 직원 한 사람의 실수가 대형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원전이다. 더욱이 최근엔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파급효과가 크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한수원을 불신의 눈으로 쳐다보는 이유다.
이에 한수원은 최근 부랴부랴 쇄신책을 발표하며 불신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오랫동안 고착화됐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한순간이 바뀌긴 힘든 일이다. 수장인 김균섭 사장이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조직원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발전을 책임지는 대표 공기업으로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