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과욕으로 320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급업체인 포스코건설에 각서를 강요해 재시공에 들어갈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은 행복청이 세종시에 ‘방음벽 없는 도시’를 고수하다가 320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방음시설을 다시 시공하게 됐다고 4일 밝혔다.
세종시는 처음에 공원 같은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해 방음벽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첫마을 2단계 아파트 인근의 국토1호선, 대전~당진 고속도로에 저소음 포장재만 사용키로 했다.
하지만 2008년 세종시 지구단위계획 등을 반영한 교통영향평가 결과, 소음저감대책 기준치인 주간 65db, 야간 55db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행복청은 추가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첫마을 2단계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민원을 넣으면서 소음저감대책이 본격 논의됐다.
결과적으로 △대전-당진 고속도로 방음벽 150억원 △국도 1호선 방음벽 25억원 △반폭 방음터널 133억원 △복층 저소음포장 6억원 △과속카메라 설치 1억5000만원 등 320여억원의 예산이 추가됐다.
예산 낭비뿐 아니라 촉박한 기일을 맞추기 위해 도급업체의 희생도 강요당했다. LH가 첫마을 2단계 입주날짜에 맞추기 위해 11월 준공예정인 방음시설 공사를 9월말까지 조기 개통하라고 포스코건설에 지시했다.
LH는 공사기일을 맞추려고 방음판 성능인증과 시공을 병행했다. 박수현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LH는 포스코건설에 ‘성능인증을 얻지 못하면 자재를 모두 회수하고 다시 시공하겠다’는 각서를 강요했다. 박 의원은 “포스코건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각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지난 9월 시공 중인 방음판이 성능인증에서 탈락하면서다. 포스코건설은 각서 내용대로 다시 시공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박수현 의원은 “LH가 포스코건설에 각서를 강요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청의 종용과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관리감독청인 행복청은 이번 사건 해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원인을 다시 진단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