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 총수도 땀 흘리며… 땀의 현장 찾는다

입력 2012-10-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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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CEO 현장경영 활발… 현지화 정책으로 해외시장 적극 공략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2월 SK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을 방문, 현미경으로 반도체 회로를 들여다보고 있다. 뒤로는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부 경영환경 악화가 발목을 잡다보니 뚜렷한 방법이 없네요.”

최근 재계 인사들의 공통적인 대답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도 장기화되고 있는 대내외 경기침체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조정했다. 5월 당시 3.6%로 전망했던 것에 비해 무려 1.1%포인트나 낮췄다.

연간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일자리 7만개, 가구 소득은 0.5%, 정부 세수 2조원 정도가 줄어든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3.4%로 지난 5월(4.1%)보다 0.7%포인트나 낮췄다.

경영환경은 점점 악화되기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부환경 탓만 하면서 앉아있기만 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는 요금 ‘우문현답’이란 말을 즐겨하고 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란 원래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하게 대답한다’는 뜻.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줄임말로 쓰이면서 산업·생활현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재계 총수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은 생산현장을 방문하면서 현장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현장상황을 살펴본다.

특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90세가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롯데백화점 점포를 불시에 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격호 회장은 수 년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을 했다.

또 해외 현지에 나가 활발하게 추진 중인 해외사업도 점검하고 글로벌 경제환경을 몸소 체험한 뒤 그룹 경영방향을 참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건희 삼성 회장. 이건희 회장은 생산현장 등의 방문은 하지 않지만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전시회(CES)’를 찾아 세계 전자업계의 제품 및 기술적 진보를 직접 점검한다.

또 해외출장 후 귀국 직전에는 자신이 대학시절을 보낸 일본에 머무르면서 지인들과의 논의를 통해 경영을 구상한다.

▲허창수 GS 회장이 중국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시에 위치한 GS글로벌 스틸서비스센터(Steel Service Center)를 방문하여, "중국사업에 GS의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아울러 최고경영자들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우수인재영입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대학 취업설명회에도 그룹 총수들이 직접 방문, 기업의 비전을 설명하는 등 예비 신입사원들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이처럼 현장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현장 종사자들이 연말 승진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올해 한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CEO 네 명 중 한 명은 영업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술과 엔지니어 출신 CEO도 28명으로 조사되는 등 기획이나 사무직 출신보다는 현장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중용이 대세였다.

현장의 중요성은 경영권 승계과정에도 나타난다. 과거 총수 2세들은 ‘그룹입사→해외유학→재입사→경영권 승계’ 등의 과정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경영권 승계수업을 위해 입사함과 동시에 현장경험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현장직군에 총수 자제들이 배치된다.

특히 총수 2세들은 국내보다는 세계무대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장을 모르고서는 방대한 사업을 하는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전문경영인들이 있더라도 총수 2세들은 주력계열사의 현장경험을 통해 업무를 익히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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