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드디어 아내와 약속을 지켰다. 런던올림픽 현장의 기분도 만끽할 겸 런던을 하루 경유한 7박8일간의 프랑스 파리 여행이 시작됐다.
우리의 유럽 여행 중 런던에 배정된 일정은 단 하루였다. 7월 28일 올림픽개막식 다음날에 런던에 도착했다. 상상했던 것과 달리 런던 시내는 한산했다.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아내와 함께 마음껏 시내를 활보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런던에 가면 꼭 들려야 하는 런던타워, 런던타워 브릿지, 런던아이, 트라팔가 광장과 셜록홈즈 마니아인 아내를 위한 셜록홈즈 박물관까지 하루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낸 후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향했다.
혹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2)라는 영화를 보았는가. 1920년대 파리의 밤거리를 누비는 로맨틱 야행과 예술, 낭만을 사랑하는 피카소의 연인 애드리아나와의 세기를 초월한 사랑. 그 예술과 낭만의 도시에 바로 우리 부부가 있었다.
파리에서는 매일 에펠탑 야경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단순한 철근 구조물이지만 매일 보더라도 질리지가 않는 참으로 요상한 건축물이었다.
파리에서는 성악을 전공해 남들과 달리 예술에 관심이 많은 아내를 위해 각종 미술관, 박물관, 성당 중심으로 일정을 잡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오페라유령’의 배경인 오페라가르니에다. 화려한 내부 장식은 물론이거니와 오페라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공연장 천장에는 샤갈의 ‘꽃의 정원’이 그려져 있어 장엄함과 포근함을 동시에 지닌 최고의 무대였다.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오랑주리미술관, 퐁피두센터 등 프랑스의 대표적 예술작품이 있는 곳은 모조리 찾아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예술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배경지식이 없던 나에게 ‘우린 수학여행을 온 게 아닌데…’라는 말 못할 따분함이 엄습했다. 하지만 행복해 하는 아내를 보니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 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씻는 순례여행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번 유럽 여행의 마지막 밤은 마레지구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AU PETIT FER A CHEVAL)에서 레드와인을 곁들인 송아지 스테이크(Filet mignon de veau)를 음미하면서 마무리했다. ‘조성훈 주니어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각오도 새롭게 다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