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신성장동력]추진 4년…"소기의 성과, 아직은 미흡"

입력 2012-10-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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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술·첨단융합 약진…시장 진입·형성 느려 아쉬움

#1999년 외환위기(IMF) 시절, LG그룹 로봇사업 직원 10명은 회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으로 로봇생산기업 로보스타를 설립했다. 이들에게 로봇산업은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이자 미래 먹거리였다. 이에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를 집중했다. R&D 인력이 전체의 39%에 달할 정도. 로보스타의 이 같은 R&D투자는 ‘매년 30% 성장’이란 결실로 나타났다. 2010년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해엔 매출 938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엔 정부 지원도 한몫했다. 2009년 1750억원이 투입되는 정부의 ‘신성장동력 스마트프로젝트’ 기업으로 선정, 단기 자금지원을 받았고 올 4월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월드클래스 300’에 지정되기도 했다. 탄탄한 기술력에 정부 지원까지 합해져 로보스타는 이제 로봇왕국 일본과 신천지 중국까지 사업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명실상부 우리나라의 대표 신성장동력 기업이 된 것이다.

신성장동력이 대한민국 산업계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신성장동력 육성은 한계에 봉착한 기존 제조업 중심 산업에서 지식서비스 산업 중심인 선진국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필수적인 부분이다. 기업들에게도 변화한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9년 총 24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신성장동력 집중육성 정책을 마련했다. 녹색기술, 첨단융합, 고부가서비스 등 3대 분야의 17개 업종을 선정했다.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신성장동력 분야의 부가가치를 약 700조원까지 끌어올리고 수출액도 90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명(明)… 녹색기술·첨단융합산업 ‘소기의 성과’= 정부가 신성장동력 육성 정책을 시행한 지 4년이 흘렀다. 정부는 지난 4년 간의 정책 추진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얘기한다. 앞서 언급한 로보스타가 대표적이다. 자체적인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적절히 조화돼 만든 성공사례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봇생산액은 2조1464억원으로 신성장동력 정책 추진 초기인 2009년과 비교하면 110.3% 증가했다. 눈부신 성장세다. 여기엔 로보스타 등 정부가 육성하는 여러 신성장동력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LED와 2차전지 분야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특히 LED는 LED TV시장의 성장으로 4년 만에 매출이 5배 증가하고 세계 2위 LED소자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2차 전지도 생산과 수출의 꾸준한 성장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39.8%)로 도약했다.

이 같이 로봇, LED, 2차전지 등 녹색기술과 첨단융합 분야에서의 약진이 특히 눈에 띈다. 지경부에 따르면 신성장동력 정책 추진으로 녹색기술, 첨단융합에서 지난 3년간(2009년~2011년) 생산 432조원, 설비투자 37조원, 수출 561억달러를 창출했다. 연간으로 따져도 지난해 녹색기술, 첨단융합 분야의 생산, 설비투자, 수출은 2009년에 비해 각각 117%, 143%, 172%나 늘었다.

여기에 고부가서비스를 포함한 정부의 신성장동력 육성 분야의 전체 성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신성장동력 기업들의 매출은 지난해 73조902억원, 투자액은 23조4572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과 비교하면 각각 32.0%, 36.7% 증가했다.

지경부 성장동력정책과 관계자는 “주력산업과 비교해선 아직 미미하지만 투자증가율, 매출 및 생산량증가율 등이 대략 2~3배 수준”이라며 “적절히 민관이 합심하고 트렌드가 맞아 시장도 크고 육성 업종들도 빠르게 성장 가능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암(暗)… “성과만 부각, 대부분 산업화초기 머물러”= 분명 소기의 성과는 있다. 하지만 그만큼 미흡한 면도 존재했다. 아직 대부분의 육성 분야가 산업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고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참여의 저조, 이에 따른 소재·장비 연관산업이 취약하다는 점이 미흡한 점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시장주도 기업이 등장하고 수출이 확대되는 ‘산업화중기’에 해당하는 신성장동력 업종은 LED, 태양광,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총 39%를 차지했다. 나머지 69% 업종은 시장 형성이 되지 못한 ‘기술도입기’(19%), 신제품이 시장 진입을 처음 시작한 ‘산업화 초기’(42%)에 머물렀다. 기술도입기는 매출 1000억원 미만, 산업화초기는 매출 2000억원 미만인 분야다. 정부가 업종을 세분화해 맞춤형 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신성장동력 분야에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신성장동력 투자는 1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5.4%에 불과했고 매출 역시 9조2000억원으로 12.7% 수준에 그쳤다.

국내 B중견기업 관계자는 “신성장동력 육성이 떠들썩하지만 대부분 대기업 비중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이 신성장동력 진출 및 투자에 적극적일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경부 관계자도 “최근 경제 불황, 트렌드 변화 등 때문에 향후 육성 정책을 재조정하는 작업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중소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든지 수입의존도 높은 소재, 부품업종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태양광 등 일부 업종에선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던 것도 ‘옥의 티’다.

지경부는 올해 발표한 ‘신성장동력 성공열전’에서 태양광 수출이 2009년 17억달러에서 2011년 66억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수출액과 달랐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실제 국내 태양광 수출은 38억달러로 지난해(38억달러)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액이 약 2배 정도 부풀려져 나온 셈이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매출액 자체가 2년째 답보상태인데 어떻게 수출만 2배 증가할 수 있겠느냐”면서 “단순한 실수라고해도 (정부 차원에서 하는 일인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성공열전을 만들 때 다소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2011년 초기에 설정했던 수출 추정치였던 것 같은데 ‘추정’ 표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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