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형 우주산업이 필요하다

입력 2012-10-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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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통상 우주산업은 위성제조, 발사체(로켓)제조, 지상장비, 그리고 위성활용(서비스) 산업의 네 분야로 구성된다. 위성서비스 산업은 위성을 활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총칭한다. 전화, TV, 데이터, 방송, 기상, 항법, 위성영상 서비스 등과 같은 산업이 여기에 속한다. 지상장비 산업은 우주의 위성과 통신 및 임무데이터를 처리하는 장비제조 산업을 말한다. 이들 두 분야가 우주산업 매출의 약 90%를 차지한다. 별도의 정부 지원 없이도 이미 민간업체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산업화를 하고 있다. 따라서 본 고에서 논의하는 우주산업은 위성 및 발사체 개발과 관련한 제조산업에 국한하기로 한다.

위성서비스 산업과 달리 위성 및 발사체제조 산업은 산업 경쟁력 갖추기가 쉽지 않다. 일부 통신방송위성 제조분야를 제외하고는 국가 및 민간 수요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우주산업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합되어 몇몇의 대기업으로 남아 있다. 이들 통합기업은 대부분 군무기체계 제조업과 우주산업 제조업을 병행한다. 우주산업만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는 이익을 창출하는 중소 우주산업체들이 다수가 있다.

20여년 전 출범한 우리나라 국가우주개발은 아직도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우주개발사업 자체가 대형복합시스템개발사업이다 보니 특성 상 획득사업에 가깝다. 현재도 국책연구기관이 설계부터 사업을 주관하다보니 연구개발도, 획득사업도 아닌 모호한 형국이다.

통상 대형복합시스템을 개발할 때 하부 단위의 기술수준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선행연구를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의 우주개발사업은 기술수준의 성숙도에 상관없이 무조건 시스템개발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제한된 일정 내에 시스템개발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해외로부터 도입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주분야에서 핵심기술과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동안 우주개발사업에 많은 국가예산을 투자해 왔지만 우주산업 활성화는 녹녹치 않았다. 5기의 다목적실용위성을 개발했지만 아직 부품 하나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을 통합 개발할 수 있는 기업도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경제성을 고려한 위성개발 개념이 부족했다. 위성 개발단가가 너무 높다. 설사 성능이 좋더라도 비싸면 제품을 판매하기 어렵다. 미국의 TRW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다목적실용위성 기술은 고비용 구조를 가진 보수적 설계기술에 기반한다. 저비용 고성능의 위성기술을 추구하는 현대의 기술과는 괴리가 있다. 국책연구기관 주관 개발의 한계이다.

두 번째, 우리의 우주개발사업은 아직 규모의 경제가 되지 못한다. 국책연구기관은 떡이 작으니 눈에 보이지 않게 산업체와 경쟁을 해왔다. 우주산업체가 육성되지 못한 이유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세 번째, 우주기술을 상업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위성은 일단 우주로 발사되면 수리나 정비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결점의 기술이 요구된다. 고객에게 우리의 제품이 안전하고 많은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상업화가 된다.

다행히 한 민간벤처기업이 저가의 소형관측위성을 국산화하여 수출산업화를 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말레이시아, 두바이, 스페인 등에 위성을 판매하여 상당한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야말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이다.

우주개발의 후발 주자인 대한민국이 고가의 실용급 위성을 수출산업화하는 것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만큼 어렵다. 이미 50년 이상 우주기술을 개발해 온 선진국의 주요 기업들이 독점적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우주산업화의 진정한 활성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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