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표정이 굳었다. 불산 가스에 노출돼 줄기부터 잎사귀까지 누렇게 말라붙어 버린 논과 밭에 그의 시선이 한참을 멈췄다. 불산 가스에 들쥐와 새들도 죽었다. 주민들이 떠난 마을은 황량했다. 주인 없는 빈 집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기이하게 변해버린 목소리로 한참을 짖었다. 불산 가스가 휩쓸고 간 지 열흘이 지났지만 공기는 여전히 매캐했다.
사고 현장을 찾은 문 후보에게 마을 주민들은 지금까지 정부 조치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주민들은 넓은 피해지역에 단 두 대의 진료차량을 파견해 낮 시간에만 진료를 하는 탓에 아직까지 진료를 받지 못한 주민이 많다고 호소했다. 그 진료마저 형식적이라는 불만도 곳곳에서 나왔다. 한 주민은 “임시처방적인 진료밖에 받지 못한다”며 “피검사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마을 입구에서 멈춰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을의 한 주민은 문 후보에게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긴급 대피한 상황을 이해하고 서울로 돌아가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사람들이 ‘구미산’이라고 하면 안 산다고 한다”며 “살 수 있다고 해도 농작물의 피해 때문에 생계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마을 곳곳의 피해상황을 돌아본 뒤 “사고 후의 사후관리들도 미진했고 사전·사후관리 모든 것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며 “주민들 건강이 제일이기 때문에 불산 가스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의료진들을 정부 차원에서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돌아가면 대통령 후보로서도 정부에 촉구할 것이고 또 국정감사 기간 중에 있기 때문에 국회를 통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필요한 요구를 하겠다”며 “제가 떠나고 난 이후에도 우리 진상조사단이나 당 쪽으로 말씀들 해주시면 저희가 있는 힘을 다 해서 뒷받침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후보는 이날 불산가스 피해 주민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구미 순천향병원에 들러 치료 중인 주민 김모(51·여)씨와 그를 간병하고 있는 남편 이모(56·남)씨를 찾아 당시 상황을 전해 듣고 위로하며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불산가스 피해주민 김씨는 27일 사고 이후 두통과 목아픔으로 지난 3일부터 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