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운명의 십자로 앞에 선 청춘들의 희노애락을 담은 1934년작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사라졌던 이 영화를 80여 년 만에 한국영상자료원이 복원, 영화감독 김태용이 공연연출을 맡고 영화배우 조희봉이 주임변사를, 4인조 라이브밴드와 뮤지컬 실력파 배우들이 경연하는 신개념 라이브 버라이어티 쇼로 재탄생 되어 지난 26일 관객들 앞에 첫 선을 선보였다.
1930년대 당대 최고의 구경거리였던 영화가 변사의 말을 통해 보여지던 경성극장가를 그대로 재연해 화제가 되고 있는 ‘청춘의 십자로’의 개막공연 현장. 현재 국유문화재로 등록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 들어서면 우선 오늘의 프로그램인 ‘청춘의 십자로’ 대형 현수막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30년대 당시 의상을 입은 모던걸과 모던보이들이 알사탕과 찹쌀떡을 권하며 안내하는 2층 공연장으로 들어서면 붉은색 커튼이 드리어진 고급 살롱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는 조금은 낯설지만 매혹적이었던 극장 안 풍경을 그대로 되살린 공연장 곳곳에는 앤티크 풍의 가구들과 옛스러운 축음기 등 당시의 소품들을 엿보는 재미를 더한다.
초창기 영화 한 편 남아있지 않은 우리 영화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필름으로 기록된 ‘청춘의 십자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변사공연으로 선보인 이번 공연을 처음으로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바람잡이가 권하는 알사탕과 찹쌀떡을 호기 좋게 받아 든 관객들은 공연 내내 큰 웃음과 함께 박수를 치기에 바빴다.
변사의 입담 좋은 해설이 있고, 뮤지컬 스타들의 애절한 노래와 4인조 밴드의 생생한 연주가 함께하며, 관객들의 환호와 탄식, 눈물과 웃음이 있는 라이브 버라이어티 쇼 ‘청춘의 십자로’는 오는 10월 13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