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휴대폰 구입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아요.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이 풀리는 시기에 연락할 게요.”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 하려고 용산을 찾았던 회사원 김 씨는 휴대폰 판매 대리점에 자신의 연락처만 남기고 돌아왔다. 김 씨는 지난달 최신 스마트폰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이번 기회에 휴대폰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가격은 소문처럼 싸지 않았다.
◇갤럭시S3 보조금으로 20만원 선까지 ‘뚝’ = 이통사와 제조사들의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휴대폰 가격이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동일한 단말기라도 월초, 월말 또는 주중과 주말에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달 이통사들의 보조금 과열 경쟁으로 출고가가 99만4000원인 갤럭시S3가 한동안 2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8월 번호이동 성적표를 받아든 각 이통사들이 이탈 가입자를 되찾고, 신제품 출시를 대거 앞둔 시점에서 재고 물량을 줄이기 위한 ‘밀어내기식’ 판매현상이 보조금 과열을 부추긴 것.
이로 인해 제 값을 다 주고 산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결국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갤럭시 S3의 가격이 다시 원가를 되찾는 촌극이 빚어졌다. 보조금으로 인해 단말기의 가격 변동이 심해지자 소비자들은 더 이상 출고가에 신뢰를 잃었다.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고가의 단말기 가격표를 보고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용산전자상가 휴대전화 일부 매장에선 보조금 지원을 예상하고 소비자들의 연락처를 받아 두고 있었다. 정 씨는 “최근 정부의 압박으로 통신사들이 잔뜩 웅크린 상태”라며 “이통사마다 월별 할당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조만간 보조금이 풀려 단말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분기 이통3사의 마케팅비는 역대 최고 수준인 2조356억원이었다. 마케팅비에서 보조금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SK텔레콤이 96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T와 LG유플러스가 5890억원, 4866억원을 썼다. 그러나 지나친 마케팅비 지출로 인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42.8%, 14%, 94.8% 감소했다.
이통사의 보조금 외에도 단말기 제조사가 대리점에 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지급하는 ‘제조사 장려금’도 휴대전화 가격의 변동에 일조했다.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 직원 안 씨는 “제조사들이 LTE 단말기를 많이 팔아달라고 요청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다른 단말기 보다 특별히 LTE 단말기에 대한 리베이트가 많이 실어져 내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칼 빼든 방통위 = 방통위는 지난달 중순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는 이통3사를 제재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에서 보조금을 과잉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면 이통사는 최대 3개월간 신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는 처분을 받는다. 방통위는 불법 보조금 지급 사례가 3차례 누적되면 최대 3개월간 신규 가입자 모집을 금지하는 ‘삼진아웃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통3사는 이미 ‘투 아웃’ 상태다.
이와 함께 방통위는 앞으로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는 통신사들에게 현재보다 2배 많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과징금은 금지행위로 거둔 부당매출에 부과기준율을 곱해서 산정한다. 부과기준율이 올라가면 과징금 규모도 커지게 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오는 12월에 조사결과를 의결할 예정”이라며 “조사결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신규가입자 모집을 금지, 과징금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