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눔'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기부리더'로

입력 2012-10-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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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협력업체 직원들도 "어려운 이웃 돕겠다"…新기부문화 확산

지난해 10월 현대오일뱅크 경영지원실에 120여만 원이 든 돈 봉투가 도착했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사장들이 발신인으로 찍힌 돈 봉투를 받아든 직원들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내 직원들은 이 돈 봉투에 얽힌 사연을 듣고 돈 봉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친목 모임에 참석했던 주유소 사장들이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의 ‘급여 1% 나눔’ 소식을 듣고 동참하기 위해 십시일반 모은 돈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급여 1% 나눔’이 1년 만에 결실을 맺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임직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의 생각에서 시작된 이 급여 나눔은 협력사와 대기업으로 확산되는 등 단발성에 그쳤던 기업 기부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15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시행 1년이 지난 ‘급여 1% 나눔’이 참여율, 모금액 부분에서 예상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급여 1% 나눔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임직원은 모두 1775명이다. 참여율로 따지면 96.1%에 달한다. 이에 따라 모금액도 12억 6089만 원이나 모였다. 매달 직원들의 급여에서 7000만 원을 모아 지난 1년간 8억 5136만 원을 모았다. 또 회사에서는 2011년 직원들의 주유소 현장 근무 수당, 급여 우수리 및 개인 기부금 등에 동일 금액을 매칭그랜트해 총 3억 7744만 원을 보탰다. 축의금, 부의금, 체육대회 우승상금, 결혼 후 돌리는 떡값 등을 아껴 기부한 금액도 총 3078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급여 1% 나눔’의 성공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2004년부터 진행돼 온 급여 우수리 기부(월급의 1원~1000원 단위 자투리 금액을 기부하는 활동)를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활동을 위해 권오갑 사장은 직접 노조 대표를 만나 참여를 이끌었다. 그러나 ‘참여율 60%를 넘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급여 1% 나눔’은 첫 출발에서 94%의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 같은 현대오일뱅크 임직원의 온정은 대기업, 협력업체로 전파되며 기업 기부문화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지난해부터 포스코, 미래에셋, 삼성토탈 등 대기업이 급여 1% 나눔 운동을 시작했고 지난 8월 말에는 협력업체 ‘성신STA’의 전 직원이 월급의 1%를 기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연말이나 연초, 재해 등에만 이뤄졌던 기업의 기부 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면서 “현재 많은 기업들이 지속적인 기부가 이뤄지도록 기부 문화를 재정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임직원의 1% 급여는 노인과 청소년을 위한 사업에 쓰이고 있다.

차상위 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1% 사각지대 희망발굴 프로젝트’는 물론 ‘좋은 세상 나눔이 지원 사업’을 통해 복지 서비스 종사자와 기관을 후원하고 있다. 또한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 순직하거나 재해로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사랑의 SOS기금’을 통해 수해 복구 기금으로 전달했다.

아울러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1% 나눔 진지방’은 이달 말 서울 시내 노인복지관에서 개소식을 열 예정이다. 조손·결손 가정 어린이들에게 1년간 학습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사랑의 어부바 캠페인’과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이나 영세 화물차 운전자 자녀를 위한 ‘희망 에너지 장학사업’은 연내 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유소 관련 교육기회를 주는 ‘1% 나눔 주유소’와 빈곤으로 교육기회를 잃어버린 세계 빈곤 아동들에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학교를 지어주는 ‘1% 나눔 학교’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급여 1% 나눔 재단을 통해 소외되고 돌봄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함이 전달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 나눔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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