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열심히 일만 한 개미는 허리디스크에 걸려 벌어놓은 돈을 치료비로 몽땅 날린다. 반면 놀면서 노래를 불렀던 베짱이는 기획사 눈에 들어 가수로 입문, 음반과 음원 수익으로 큰돈을 번다. 우스갯소리로 여겨왔던 21세기판 개미와 베짱이의 결말이다.
그러나 이제 이 우스갯소리는 적어도 주식시장에서는 현실이 됐다. 최근 엔터테인먼트·모바일게임·레저·카지노 등 이른바 ‘놀자주(株)’의 주가 상승률은 무서울 정도다.
특히 엔터주는 싸이가 강남스타일과 말춤으로 미국 빌보드차트 정상을 넘볼 정도의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한 데 힘입어 ‘놀자주’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모가 3만4000원에 증시에 입성한 싸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주가가 10만원을 넘나들며 상장 1년도 안 돼 새로운 엔터 대장주로 떠오르고 있다.
YG엔터의 주도에 SM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다른 엔터주의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엔터주가 강세를 띠면서 양현석 YG엔터 대표가 국내 주식부자 순위 50위권 내에 진입하는 등 연예인 주식부호의 위상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여행주 등 레저주와 카지노주도 신이 났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영토분쟁이 심화하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운도 따랐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기반을 다진 모바일게임주 역시 성장 기대감에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은 애니팡 등을 국민게임으로 만들며 모바일게임주의 성장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놀자주의 강세는 세계적 경기불황으로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는 것과 대조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이 3차 양적 완화를 단행하는 등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증시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일단은 놀자주의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놀자주의 강세도 결국은 불황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대형주가 주춤하면서 중소형주 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불경기로 저가소비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모바일게임이나 음원 등 저렴한 금액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기업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놀자주의 강세가 국내 산업구조와 증시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중심구도에서 소프트 문화 쪽으로 산업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가급등의 이유가 터무니없는 대선 테마주 등과 달리 놀자주는 장기적인 성장스토리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양증권의 조 연구원도 “놀자주의 강세는 경기와 상관없이 추세적인 소비패턴의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가 좋아져도 더 고급스러운 놀거리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심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놀자주의 상승세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모인다. 벌써 단기급등에 따른 피로감의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의 놀자주 열풍은 과연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계속될 것인가. 그 해답을 먼저 알아채는 자만이 증시의 승자로 올라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