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금융만평] '코픽스 오류' 두 시각

입력 2012-10-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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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공시 오류와 관련해 금융권 두 수장이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공시 오류에 대해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세상에 그런 실수는 언제든 있을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에 반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신뢰를 훼손한 일로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격노했다.

대응 과정에서도 박 회장은 “열흘 지난 시점이어서 빨리 고치면 몇만 건 정도여서 은행이 전체 다루는 비중을 보면 별것 아니다”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겼다. 김 위원장은 “금리 공시의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니 아주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너무 극명한 시각을 나타냈다. 물론 은행을 대변하는 협회장과 금융 감독당국 수장이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하지만 협회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은행을 대변하고자 어쩔 수 없이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일까. 그러기에는 박 회장이 설명한 “다른 나라는 오류가 발견이 돼도 일체 수정 하지 않는다는 조문이 있다. 금융 선진국에 그게 들어 있어서 베꼈다. 이번에 (코픽스) 오류를 발견하고 발표할 때까지 시간이 늦어진 것은 협약 때문”이라며 “빨리 고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것은 결코 가벼운 사안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장기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의 신뢰성의 중요성을 박 회장은 간과한 것이다. 이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은행이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오류가 있었으면 협약서대로 하자고 했을 것이다”며 “고객이 손해를 본 문제라 협약이고 뭐고 일단 수정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 스스로 코픽스 금리 공시의 신뢰성을 잃게 한 것이다.

장기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이용되는 코픽스 금리가 오류가 있을 때 은행에 불이익이면 그대로 가고 고객이 손해면 수정한다는 논리는 바꾸어 말해 언제든지 코픽스 금리 결정에 자의성을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권 양도성예금증서(CD)담합 의혹을 제기해 금융권을 뒤흔들어 놨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금융당국이 CD금리를 대신할 지표 금리로 단기 코픽스 금리를 오는 11월부터 산정해 매주 발표하기 했다. 단기 코픽스 금리는 9개 국내은행의 3개월 조달평균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장금리를 다소 늦게 반영했던 기존 코픽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채권전문가들은 단기 코픽스도 은행이 멋대로 금리를 조정할 여지가 있어 지표 금리로 CD금리를 대체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번 박 회장이 밝힌 것처럼 오류가 있을 때 은행의 손실 여부에 따라 수정하겠다는 말 자체가 단기 코픽스에도 자의적 금리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인 것이다. 그동안 채권전문가들이 반대해온 논리가 이번 사태에서 왜 그런지 여실히 드러났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주장했던 코픽스 금리의 신뢰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이 더 격분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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