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은 2008년 2012억2000만 달러, 2009년 2699억9000만 달러, 2010년 2915억7000만 달러, 2011년 3064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금융위기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9월 외환보유액의 경우 투자자산 별로 보면 유가증권이 2942억4000만 달러(91.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예치금 184억3000만 달러(5.7%),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35억3000만 달러(1.1%), 금 29억8000만 달러(0.9%), IMF포지션 28억3000만 달러(0.9%) 순이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세계 7위 규모다. 1위는 중국이며 일본, 러시아, 스위스, 대만, 브라질이 2~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이 외환보유액이 3200억 달러를 상회하면서 외환시장을 지탱하는 힘도 강해졌다.
실제로 한·일 통화스와프 축소에도 불구하고 9일 외환과 주식시장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원화 가치는 오히려 올랐고 주가는 보합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원 내린 1110.7원으로 마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오전 11시 15분 양국 정부의 발표가 나올 무렵 전날보다 0.4% 정도 오름세를 보였고, 발표 뒤에 오히려 오름폭이 커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조치로 신흥국에 달러가 몰려드는 상황이라 환율이 계속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환율과 증시가 크게 출렁거렸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무엇보다 탄탄한 외환보유액이 금융시장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LG경제연구원 김건우 연구원 또한 보고서를 통해 “환율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 변수들의 대외 충격에 의한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환율 변동성은 2008년 리먼사태 당시 1.76%로 47개 비교국가 평균 0.86%보다 크게 높았다. 2010년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했을 때도 1.07%로 평균인 0.59%를 웃돌았다.
그러나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땐 환율은 0.54% 움직이며 전체 평균(0.53%)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2012년 유로존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에는 0.36%의 변동성을 보이며 오히려 전체 평균(0.42%)보다 변동성이 더 작아졌다.
시기 별로 비교대상 국가 간 변동성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 환율 변동성은 2008년 두 번째로 컸으나 2010년 5번째, 2011년 24번째, 2012년 30번째로 점차 개선됐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 축소 흐름은 선진국 대비 양호한 재정 건전성, 높은 경제 회복력, 외화 건전성 향상과 외환보유액 확충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외환보유액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외환보유액의 ‘운용 수익’ 또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한은 내 외자운용원이 운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운용 수익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서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00~2009년 연평균 수익률이 6.49%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이 같은 평균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최근 외환보유액의 수익률은 미 장기국채 수익률 정도”라고 밝혔다. 이를 분석해 볼 때 최대치를 고려해도 3~4%대의 수익률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슷한 성격의 한국투자공사(KIC)가 올해 9월까지 40억원(수익률 8%)이 넘는 수익을 실현한 것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돌파한 만큼 외환운용 다변화를 통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은 또한 보수적인 외환 운용을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한은이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은 통화 및 상품 다변화다. 통화의 경우 미 달러 위주에서 유로화, 파운드화, 신흥국 통화 등으로 비중을 확대한다. 그동안 한은이 점진적으로 달러 비중을 축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7월 한은은 8개월여 만에 8억1000만 달러 규모의 금 16톤을 추가 매입하는 등 유가증권 이외에 투자 다변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외환보유액이 1000억~2000억달러 수준일 때는 안정성과 유동성이 절대적이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성, 다변화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며“안정성·유동성과 수익성이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수익 창출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