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중국만 바라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가운데 중국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14일 폐막한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도 유럽은 중국에 유로안정화기구(ESM)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SM은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 내 재정 위기국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상설 구제기금이다.
클라우스 레글링 ESM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11일 “ESM 확충을 위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IMF 총회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재정 책임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2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ESM 등의 참여를 통해 유럽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움직임은 없었다.
지난 8월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직접 중국을 방문해 “EU 구제기금 투자는 안전하고 중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채 매입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원자바오 총리는 ESM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재정위기 당사국들의 개혁 의지와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며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중국·EU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중국은 지난 몇달 동안 유럽 국채에 투자하고 ESM과 협력하는 방법을 논의해왔다”면서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채 매입과 관련해 중국이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역시 유럽 채권을 사들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진리췬 CIC 감사장이 지난 2일 러시아에서 열린 VTB캐피탈의 투자컨퍼런스에서 “유로존 중심 국가들이 지지하는 유로 채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부채가 심각한 회원국의 국채 매입을 고려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진 감사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위기국 국채에 대한 무제한 매입 결정을 지지하지만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고 ECB 국채매입으로 시간을 번 만큼 그 사이에 중대한 개혁들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