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굿바이' 김미현 "섭섭함보단 시원함…아무런 미련 없어요"

입력 2012-10-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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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필드 떠나는 김미현

투어프로로서는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2012 하나외환 챔피언십. 김미현(35)이 대회에 앞서 공식 프로암에 모습을 보였다. 동반자들과 함께 라운드를 하는 모습에서는 16년차 프로다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견인했던 한국 낭자군의 맏언니 김미현이 고별무대를 갖는다. 심각한 부상으로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섭섭함 보다 시원한 마음이 앞선다”며 “그 어떤 미련도 남아있지 않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통산 8승을 거둔 김미현이 공식 은퇴를 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사진은 김미현 선수와 아들 이예성 군.
199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 통산 11승을 기록하며 스타덤에 올랐던 김미현이다. 1999년 LPGA투어에 진출, 데뷔 첫해 스테이트 팜 클래식과 벳시킹 클래식의 정상에 오르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통산 8승을 거두는 동안 ‘슈퍼 땅콩’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LPGA투어 통산 획득 상금은 862만달러(약 96억5000만원)다.

김미현은 “2007년 무릎수술을 받고도 선수생활을 했지만 작년 시즌 중반부터 통증이 심해 어쩔 수 없이 발목 수술까지 받았다. 재활 치료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주변 지인들의 설득으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어떤 선수보다 남다른 승부욕을 자랑했던 그지만 어린 선수들 앞에서는 달랐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경쟁상대는 늘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저 사랑스러운 동생들이었다. 하나라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결국 승부근성과 경쟁심을 잃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김미현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LPGA투어 통산 8승을 했을 때는 10승을 채우는 것이 목표였지만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김미현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인천에서 아버지 김정길씨가 운영하는 ‘김미현 골프 월드’에서 골프아카데미를 개설, 지도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

“대부분의 골프아카데미에서는 스윙 이외의 분야까지 신경을 쓰지 못한다. 하지만 LPGA투어를 경험해 본 선수로서 스윙뿐 아니라 숏게임, 멘탈 트레이닝, 코스매니지먼트 등 골프플레이 전반에 걸친 폭넓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데뷔전을 치르는 김효주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나도 김효주 선수와 같이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대회 우승 후 프로에 데뷔했다. 골프를 하다보면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때로는 골프가 정말 지겹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지겨운 골프를 즐거운 골프로 만드는 건 본인의 몫이다. 바로 그것이 오랫동안 좋은 선수로 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김미현은 2008년 12월 유도선수 이원희(31)와 결혼했다. 4살 된 아들(이예성)과 가정을 꾸리고 있다. 출산으로 인해 몸에 많은 변화가 와서 운동을 하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는 골프보다 아들이 소중하다. 그 어떤 골프대회 우승 감격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인생 최고의 큰 선물이라고 한다.

“아들이 골프를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시킬 생각”이라고 말하는 김미현. 10년 뒤 주니어골퍼의 엄마로 필드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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