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를 합병할 경우 흑자 회사(포스코플랜텍)보다 성진지오텍이 9배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기에 당장 우량기업마저 적자운영으로 빠질 공산이 큽니다”“합병을 없던 일로 하고 성진지오텍을 버려야 합니다”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 합병과 관련, 포스코와 포스코플랜텍 내부에서도 부실회사 인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합병 불가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가 당장 합병하더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우량기업마저 부실화할 우려가 크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 울산·포항 재계 등에 따르면 울산 향토기업인 성진지오텍과 포항의 포스코플랜텍은 모두 플랜트를 기반으로 하면서 포스코의 계열사 축소 방침에 따라 합병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내부에서도 이번 두 회사의 합병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성진지오텍은 591억원 적자를 냈지만 포스코플랜텍의 당기순이익은 68억원이다. 포스코가 2010년 만성적자로 존폐위기에 놓였던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당시 이 회사의 2009년 순손실은 63억원. 인수 이후 적자는 160억(2010년), 591억원(2011년)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단 위에서 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면서 “업종이 유사해 시너지효과는 명분일 뿐 앞이 캄캄한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합병보다는 건실한 기업 하나를 살리는 것이 오히려 낫다”며 합병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포스코플랜텍 관계자는 “대부분의 합병이 70% 정도 실패하는 것을 봐왔다”며 “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포스코플랜텍 역시 몇 년 간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만 흑자경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내부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도대체 합병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본사 이전이 문제가 아니고 포스코가 큰 돈을 손해보더라도 합병을 없던 일로 하고 성진지오텍을 버려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포스코가 첨단 시설 계열사들을 포항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건립하는 데 포항시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포항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포스코가 포항의 지역경제를 외면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몇 년 새 포스코의 행태를 보면 이러다가는 포항엔 허울 좋은 본사와 굴뚝공장만이 남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포스코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평소 포스코에 우호적이었던 박승호 포항시장은 이번 성진지오텍 본사 이전문제와 관련, 지난달 28일과 지난 5일 박한용 포스코사장을 두 차례나 집무실로 불러 강하게 항의표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포스코ICT 판교사무소 건립, 강릉 마그네슘 공장 착공 등 포스코 계열사의 ‘탈 포항 러시’ 본격화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이밖에 포항시는 지난 2007년 현대중공업의 선박곡블럭 공장 건립을 추진하다 울산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포항시청 관계자는 “당시 울산의 반발이 대단했다.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친울산기업 탈이탈 방지위원회’가 결성식을 가질 정도였다”며 “포항에 1단계, 2단계 투자한다고 하다가 30만평 투자를 끝으로 흐지부지 됐다”고 전했다.
【포항·울산=정재석·윤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