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신율 명지대 교수 "박근혜 그리고 정수장학회"

입력 2012-10-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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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면 논란이 잦아들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번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은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여러 부분이 논란이 됐지만 그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의 전신이 아니라고 주장한 점, 그리고 나중에 정정은 했지만 “유족들은 그렇게(강탈당한 것으로) 주장하지만 법원에서는 그런 강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패소 판정한 것”이란 언급으로 간추려질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장면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5.16과 유신 그리고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당시와 지금의 발언은 너무나 유사점이 많다.

우선 당시 5.16에 대한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발언이나 부일장학회가 정수장학회의 전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비교해보자. 5.16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정변’이라 적힌 역사적 사실인데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정수장학회가 발간한 창립 30주년 기념 책자에서 버젓이 “정수장학회는 5.16 장학회와 부일장학회의 법통을 이어 받고 있다”라고 했음에도 정수장학회와 부일장학회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5.16 발언과 너무나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주장하는 것도 똑같다. 지난번 인혁당 사건 언급 때는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주장하더니 이번에는 법원 판결이 “강압이 없었기 때문에”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번복한 것 역시 지난번과 아주 유사한 패턴이다.

즉 지난번 인혁당 문제나 이번 정수장학회 문제나 법적 판결을 제대로 모르고 기자회견 혹은 방송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주변 참모가 박근혜 후보의 발언에 별 영향력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박 후보의 참모들이 박 후보의 발표 내용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면 이런 결정적인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박근혜 후보가 이런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참모들이 준비를 했음에도 이런 실수가 나왔다면 박 후보는 모든 참모를 갈아치워야 한다. 그런 참모로 대선을 치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가지 논란도 문제지만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박근혜 후보가 국민들의 상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지난번 5.16과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사과할 때만 하더라도 박 후보의 진정성을 믿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도 박 후보의 사과 발언에 대해 나름 후한 점수를 줬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박 후보의 ‘진심’이 사과 이전의 상태로 다시 원위치 된 듯하다. 박 후보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다시금 자신과 정수장학회의 무관함을 강조했는데 설사 진짜 무관하다고 하더라고 국민들이 이를 믿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국민적 상식’을 무시하거나 모르는 것 같다.

박 후보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관계는 정말 오래됐고 박 후보가 과거 1970년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을 때 최 이사장이 비서를 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박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힘든 상황이다.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박 후보는 그런 국민들의 생각을 바꾸려하지 말고 역지사지해서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그것이 설사 억울하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꿈을 가진 이의 숙명이라고 여기며 국민적 상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원칙주의자의 모습도 아니다. 원칙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원칙’이라는 이름 하에 국민적 상식을 무시하거나 국민의 생각을 바꾸려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원칙은 자기중심적 원칙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시간만 보내면 시간은 박근혜 후보의 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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