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희망을 찾자 -중②]"나도 제대로 일하고 싶다"…청년층‘취업대란’

입력 2012-10-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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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취업 양극화 심화

▲극심한 취업난속에 경제활동을 포기한 20대가 34만6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14일 오후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생회관 취업정보안내판에 붙어있는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 “공무원 공부를 오래 해서 사회경력은 전무합니다. 지방 4년제 사립대 경영학과를 2008년 졸업하고 조그만 회사 영업직으로 들어가 일했는데 그나마도 회사 경영난으로 수습 3개월 채우니 자르더군요. 어정쩡하게 회사 잘리고 나이만 차고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허송세월 보냈네요.”

# “국내 10대 대기업을 합격했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명한 외국계 대기업도 합격 했습니다. 마음은 외국계 쪽으로 기울었는데 국내 대기업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한 포탈 취업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서로 다른 회원의 글이다. 첫 번째 글에서 자신을 30대 초반이라고 소개한 이 회원의 이야기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오늘날 전혀 새롭지 않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스펙’(Specification)을 갖추고 회사를 동시에 합격한 뒤 골라서 가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4일 한 취업포탈 사이트에서 발표한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임금은 3581만원. 하지만 이 달콤한 대가를 받는 사람은 전체 대학교 졸업생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쪽에서는 세 자리 숫자에 가까운 서류 탈락을 거듭한 취업준비생들이 한정된 자리를 바라보며 같은 꿈을 꾼다. 가능성을 본다는 기업들의 말을 이들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받아들여도 여전히 난관은 높다. 필요한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금이 필요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취업준비생들이 스펙으로 줄 세워지는 현실에는 심각한 계층 간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학점과 영어점수를 기본으로 각종 자격증과 인턴 경력, 자기소개서, 프레젠테이션 능력 등 취준생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에는 스펙뿐 아니라 자신만의 ‘스토리’까지 요구하면서 그 부담은 더욱 커졌다. 스펙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지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남들 다 만들어 놓는’ 스펙을 쌓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 이 같은 문제의식은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구직자 19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의 90%가 ‘구직활동을 하면서 취업 양극화 현상을 체감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양극화가 심하긴 하다. 어떤 사람은 여러 회사에 합격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군데도 못한다”며 “아직까지도 기업들은 어느 학교 출신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도 맞는 말이다. 대기업은 돈도 있고 인재도 있고 다각화시켜서 틀을 마련할 수 있는데 중소 중견기업은 역량이 안 돼 일정 수준의 스펙을 기준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취업 양극화와 관련해 일자리 기대수준과 실제 취업수준의 미스매치를 지적하며 ‘눈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업 간의 연봉, 복지후생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반박한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산업구조와 정책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현실이 어렵다보니 그럴 것”이라면서 “워낙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다보니 키우면 나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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