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33] 건선 환자는 술을 마시면 안 될까?

입력 2012-11-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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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인간에게 있어서 아주 소중한 기호식품의 하나입니다. 포도즙을 발효시켜 만든 포도주는 구약과 신약 시대를 거쳐서 교회의 중요한 음식중의 하나로 취급되었습니다.

구약 시대에는 하느님께 포도주가 바쳐졌고, 신약 시대에는 치유제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최후의 만찬 때는 예수 그리스도가 포도주를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흘리는 자신의 피”라고 얘기한 이후 포도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극진한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고, 이후 미사 때 포도주를 나눠 마시면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했습니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술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라는 의미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는 시를 짓기도 했습니다.

술은 요리에도 중요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프랑스 요리중 하나인 꼬꼬뱅(coq au vin)에는 포도주가 들어가지 않으면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데, 뱅(vin; 포도주)이라는 이름이 요리에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포도주가 요리를 완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술이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재료였습니다. 제사 때 술을 사용하고, 제사가 끝난 이후에는 ‘음복주(飮福酒)’라고 하여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한 술을 모든 사람들이 나눠 마시면서 복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술은 인류의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기호식품인데 건선 환자에게는 이 술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많은 대인 관계 속에서 부득이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술을 마시면 건선이 심해지고, 그렇다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사회적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처신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건선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술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는 완전히 술을 끊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가려운 경우 술이 들어가면 가려움을 많이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나 직업상 부득이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라면 소주나 양주를 마시는 것보다 맥주처럼 알코올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술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알코올 함량이 높은 술은 조금만 마셔도 술기운이 오르게 되는데, 이렇게 술기운이 오르면 건선이 있는 부위가 심해지거나 치료 속도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건선 환자는 가급적 술을 자제하거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 위주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도수가 낮은 술이라고 해서 마음껏 마셔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라고 하더라도 많이 마시게 되면 술기운이 오르면서 피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주량을 잘 파악해서 아무리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라도 술기운이 오르기 전까지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좋은 기호식품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음하면 문제가 되듯이, 건선 환자의 경우에도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 위주로 소량만 마신다면 건선의 악화 혹은 치료에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도움말 : 강남동약한의원 원장 이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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