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성장’ 강조한 날 선대위는 ‘대기업집단법’ 제정 추진

입력 2012-11-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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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경제철학 공유조차 안 되는 反시장적 발상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경제성장’을 강조한 날, 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선 대기업 규제 강화를 위한 ‘대기업집단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정책 혼선을 초래했다.

후보는 성장정책을 내놓겠다는 데 후보의 공약을 만드는 기구에선 이와 반대되는 내용의 정책을 내놓으며 엇박자를 낸 것으로, 참모진들이 박 후보의 기본적인 경제철학은 공유하고는 있는지 조차 의심케 하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서울시내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차 미래한국리포트 ‘착한성장사회를 위한 리더십’ 행사에 참석해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도 제대로 될 리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잠재력도 높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전날에도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경기부양과 경제민주화가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대표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이처럼 성장론을 꺼내든 것은 최근 경기악화와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공약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위는 시장을 위축시킬 기업규제책을 보란 듯이 내놨다. 그동안 왕왕 발생했던 정책참모들 간의 노선싸움은 차치하더라도 박 후보와 참모들과의 소통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기업에 규제를 가하기에만 급급해 해당 법안이 우리 경제에 가져 올 타격은 산출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기업집단법은 새누리당이 재벌 개혁을 위해 현행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 10여개 법률에 분산돼 있는 재발 관련 규제 조항을 하나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민행복위 측의 설명이지만, 일종의 관리 편의적 발상인 데도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법안에는 ‘계열사 편의 심사제’를 명시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빼앗는 계열회사 설립을 사전에 방지하고 기업결함 심사도 강화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견제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또 현행 상법에서 전체의 4분의 1 정도로 돼 있는 대기업의 사외이사 숫자를 절반 수준으로 늘려 경영권을 견제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경우엔 공정위가 ‘지분조정명령제’를 활용해 해당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한 ‘계열분리 명령제’보다 수위는 약하지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통째로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여러 부처에서 나눠 규제하고 있는 법은 특정부처가 전체적으로 관할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규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투자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법안까지 가미가 되면 투자 환경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도 “현행법으로도 대기업 규제에 문제가 없다”며 “순환출자금지 등 그룹 지배구조부터 기업경영 전반에 법의 잣대로 규제만 한다면 현재와 같은 경영환경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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