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채권의 매입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던 증권사에 수 백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물론 대우증권 등 6개 증권사에 대해서는 검찰고발 조치까지 내려지면서 증권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에 따라 후진적인 채권 장외시장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제1종 국민주택채권, 서울도시채권, 지방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등 소액채권의 매도 가격을 정하기 위한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고 총 192억 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증권사당 관련 과징금은 9700만원부터 최대 21억원까지 책정됐다.
특히 대우증권, 동양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6개사는 공정위가 별도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 대형사들 검찰 줄고발…신규사업 차단될라 ‘노심초사’
증권사들은 검찰 고발로 자칫 신사업이 차질을 빚을까 가장 우려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과징금 관련 의결서는 통상 40일 이후 받게 되는데, 자료 입수 후 충분히 검토하고 대응책을 신중히 세울 계획”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만약 검찰 고발로 벌금이 1원이라도 부과되면 3년간 신규사업 진출이 금지되기 때문에 대형사 입장에선 날벼락”이라고 걱정했다.
자본시장법 제 16조(인가요건 등) 제 8항 제2호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신사업에 진출하려면 최근 3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및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현재 검찰 고발된 6개 증권사들이 대부분 자기자본을 키운 대형 증권사들인데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 돼도 헤지펀드 등 신규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 거래소, 협회 차원 수익률 공시 등 개선책 필요
특히 업계 내부적으론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장외시장 거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권은 장외시장 비중이 커서 그동안 온라인 메신저나 전화로 가격 중개를 하는 증권사들이 가격 정보를 공유했던 것이 관례였다.
A증권사의 채권 운용팀 관계자는 “채권 거래는 기본적으로 장외 거래가 많은데 이를 자꾸 장내거래로 유도하다 보니 담당자들이 메신저나 전화로 호가를 협의한 것이 결국 담합으로 불거지게 된 것”이라면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장내 거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담합의 대상이 된 소액채권 거래에 대해 증권 유관기관이나 협회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권업계 한 관계자는 “소액채권의 경우 거래소나 금투협 차원에서 매일 증권사별 거래 수익률을 투자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공시하는 방안도 강구되야 할 것”이라며 “거래 현장에서 고객이 금리를 바로 체크해 비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