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파고드는 팀 쿡 DNA] ③ 선택! 적과의 동침

입력 2012-11-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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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세기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애플. 그럼에도 삼성과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 애플이 출시한 태블릿PC '아이패드 미니'를 분해한 결과, 부품 대부분이 삼성전자 등 한국산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전자제품 수리 전문사이트 '아이픽스잇’이 분해한 결과, LCD를 동작시키는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1024x768 해상도용 제품이었고, SK하이닉스의 메모리는 16GB 용량의 낸드 플래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애플이 한국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고, 애플이 삼성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는 점이 IT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던 만큼 이는 의외라는 지적이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는 애플이 삼성으로부터의 부품 납품을 받지 않는 대신 LG디스플레이나 대만 AU옵트로닉스 등으로 거래선을 옮길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러나 NPD는 애플이 여전히 삼성과의 거래를 끊지 않고 있으며, '아이패드' 전체 제품군의 5%에 삼성이 만든 표시장치 부품이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인 IHS 아이서플라이의 애널리스트들의 조사에서도 '아이패드 미니'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삼성의 'A5'가 들어 있다고 밝혔다.

IHS는 양사는 특허를 둘러싸고 세계 각지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이전부터 유지해온 제휴 관계를 끊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애플은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기존에는 메모리 칩과 디스플레이를 모두 삼성에서 구입했지만 아이패드 미니에는 다른 거래처에서 조달한 부품이 대거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5에도 삼성 외의 다른 업체에서 조달한 부품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IHS가 조사한 아이패드 미니의 경우, 플래시 메모리는 한국 SK하이닉스의 제품을, 시스템 메모리는 일본 엘피다메모리 제품을 각각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애플과 삼성 두 거대 기업이 서로의 손을 놓을 경우 일단 유리한 것은 삼성전자 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 확대를 통해 반도체 부문에 있어서도 애플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없는 애플은 리스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지 않게 될 경우 애플에 주요 부품에 대한 서플라이 체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제품을 쓰는 것은 결국 울며겨자먹기인 셈이다.

애플은 최근 홈페이지에 삼성이 자사의 제품을 베끼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이는 영국 항소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달 18일 애플에 '삼성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와 신문 등에 공지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는 애플 입장에선 일종의 굴욕이지만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하지 못하는 이상 적과의 동침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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