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은 아니다. 확실히 그를 채권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는 동양증권에서 근무한 23년간 거쳐간 모든 부문 성적을 껑충 띄웠다. 1997년 채권팀장을 맡아 채권을 대중화시키면서 동양증권에 ‘채권 명가’라는 수식어를 선물했고, 1999년 채권운용팀장이 된 후에는 매년 큰 수익을 냈다. 2002년 금융상품운용팀장 시절엔 당시 발효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이후 쏟아진 회사채 물량을 집중 판매해 2000년대 중반까지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5년 만기 국채 선물이 처음 나왔던 2003년,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을 찾아가 대차거래를 뚫은 것도 그다. 2008년 IB부문장을 맡은 후 대한전선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주선, 세아제강 교환사채(EB) 인수 주선, 한전기술 기업공개(IPO) 등 시장에서 존재감을 쌓아가더니 2010년에는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 측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며 홈런을 날렸다. 2011년 FICC(Fixed Income·Commodity·Currency; 채권·통화·상품) 본부장으로 운용에 복귀해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채권 인수로 채권발행시장(DCM) 성적을 올리고, DCM을 기반으로 주식자본시장(ECM) 점유율을 높이고, ECM 실적을 발판으로 인수합병(M&A)을 주선하고, M&A 경험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진행하는 선순환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오히려 금융투자업 전반을 꿰뚫은 ‘달인’에 가깝다.
그리고 그는 지난 8월부터 신한금융투자 S&T그룹(Sales & Trading Business Group)을 이끈다. 4월 새로 만들어진 S&T그룹은 “2015년까지 전 사업부문을 증권업계 Top 5에 진입시키겠다”는 강대석 신임 사장의 ‘비전 2015’을 실현할 핵심 엔진 중 하나로, 에쿼티(Equity) 본부와 FICC 본부로 구성돼 주식부터 채권 외환 파생 등을 포괄하는 금융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김병철 부사장은 S&T 그룹을 “가운데 톱니바퀴”라고 정의했다. IB와 홀세일, 트레이딩, 리테일 4개의 톱니바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자산관리로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S&T그룹이 자리잡아야 한다”며 “국공채·유통시장 회사채·해외채권·환매조건부채권(RP)·주식연계채권(ELS)·파생상품연계채권(DLS) 등 금융상품을 리테일과 홀세일에 공급해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들을 제안하고, IB로부터 채권 등을 받아 운용하며 자산을 늘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고민한다”며 “매 시기마다 주식 펀드 CMA 채권 랩 방카슈랑스 신탁 등 달라져온 고객의 필요(need)가 앞으로 어느 방향을 향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파생상품에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2%대 저금리 시대에는 은행 탈출 러시가 일어날 것”이라며 “금리+α로 5~6% 대 이자율과 절세가 가능한 상품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건이 좋아지면 2~3년 이내에 경제성장률 5% 시대가 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 늦어지거나 아예 안 오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노령화와 잠재성장률 저하 추세를 고려하면 금리가 2~3%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의 고객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그는 브라질채권·ELS·DLS·하이일드채권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멕시코 이집트 터키 등 다른 신흥시장 해외채권과 비교하더라도 경제규모나 금리, 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브라질채권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원화는 달러에 대해 헤알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환율 변동을 고려해 3년 이상의 장기간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