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은 국제적인 큰 흐름… 다국적기업 회피하지 말아야"

입력 2012-11-0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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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스미스(Dr. Katherine Smith) 보스턴대학 기업시민센터 소장 인터뷰

▲사진=양지웅 기자
“우리는 기업들에게 특권을 허락하는 동시에 책임과 의무를 함께 부과하는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7일 개최되는 ‘2012 대한민국 CSR 필름페스티벌’에 첫번째 강연자로 나서는 캐서린 스미스(Dr. Katherine Smith) 보스턴대학기업시민센터(Boston College Center for Corporate Citizenship, 이하 ‘BCCCC’) 소장은 5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양극화’에 대해 이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스미스 소장는 통계연구소인 ‘갭마인더재단’의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의 주장을 인용, “기업들이 극단적으로 양극화 문제를 야기시킨 장본인도 아니고 이를 완벽하게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라면서 양극화를 바라보는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미스 소장은 사회공헌활동의 사회적 의미와 기업과 지역사회와의 연관성,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 한국기업 사회공헌활동 이미 세계적 수준 = 스미스 소장은 한국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세계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기업들은 대부분 30년 이상 장기 투자 경향이 있기 때문에 CSR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그러한 가치가 현재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수익창출에만 초점을 맞추면 CSR 가치가 높지 않지만 장기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분명히 CSR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의 최근 사례에 대해 스미스 소장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스미스 소장은 사회공헌활동을 책임감 있게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최근 연비과장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해결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토요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빨리 해결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차 사례를 미리 예단하고 싶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자동차가 어떤 단계를 밟는지 지켜보고 싶다”고 밝혔다.

스미스 소장은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사회책임 활동에 대해서도 장기적 관점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한국시장에서 큰 이익을 남기면서도 사회공헌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한 해법이다.

그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동하게 되면 자신의 가치를 다른 나라에 문화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힘든 문제이다. BCCCC는 기업들에게 (사회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라고 권고한다”며 “CSR는 지역사회 측면에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과 기업활동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초점을 맞추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스미스 소장는 회사 참여자들이 ‘주주(shareholder)’보다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관점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일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참여보다 사회적 책임을 더한 기업 참여가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연구의 골자다.

스미스 소장는 “주주의 경우 단 6개월만 투자했다가 돈을 뺄 수도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없다”며 “이해관계자로서 장기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책임있는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공헌활동의 글로벌 트렌드는 = 그렇다면 미국 내 최근 사회공헌 트렌드는 무엇일까. 스미스 소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사회책임 활동의 명료성과, 사회 소외계층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현실성이 미국 내 기업들이 추구하는 사회공헌의 최신 트렌드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의 경우 예전에 비해서 작은 활동은 줄이고 거대 프로젝트에 더 투자를 한다. 시스코시스템즈 같은 경우 시스코네트워크아카데미를 설치해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기업의 경우 실질적으로 수치적인 목표를 갖고 행동한다. 예를 들어 2020년까지 어린 아이들의 비만율을 어느 정도 줄이자라는 수치화된 통계를 수집해서 수행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스미스 소장는 탄소 배출량 중화를 실천하는 월마트도 좋은 사례로 꼽았다.

스미스 소장은 한국기업이 BCCCC가 제시하고 있는 ‘경제 <사회 <환경’ 의식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 기업들 스스로를 객관적 시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느 단계에 어떤 문제에 봉착했는지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에 GRI와 ISO26000이 도움이 된다. 우선 GRI는 기업들이나 기관들이 자신들의 탄소배출에 대해서 시장에 정보를 공개할 수 있고, 탄소시장에도 거래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이 이러한 노력에 있어 선구자 역할을 했으면 한다. ISO26000의 경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표준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필름 페스티벌은 기업와 지역사회의 교류의 장 = 스미스 소장는 7일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는 것은 물론 한국의 사회공헌활동을 살펴보기 위해 방한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보스턴 대학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CSR필름페스티벌에 대한 소개는 물론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CSR 필름 페스티벌에서 좋은 아이디어도 얻어가겠다는 취지다.

올해 다섯번째로 열린 보스턴 대학 주최 CSR필름페스티벌은 지난 4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렸다.

BCCCC가 유독 기업 참여를 독려하는 이유는 뭘까. 스미스 소장은 필름 페스티벌이 ‘교류의 장’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스 소장은 “기업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필름 페스티벌은 회사 내부나 밖에서도 비판이나 논쟁없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거나 교육자들과도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참여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스미스 소장은 기업과 학계를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도 큰 장점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보스턴 대학은 직접적으로 CSR에 참여한다기보다 그 지역사회 내에서 실제 CSR 활동을 벌이는 기업과 대학에서 CSR를 연구하는 학자들 간의 다리 역할을 해준다”며 “학자들이 연구한 포멧은 굉장히 길기 때문에 실제 지역사회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CSR의 사회적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설명이다.

스미스 박사가 몸담고 있는 BCCCC는 27년째 사회공헌활동 연구를 하면서 400개 기업이 회원으로 등록된 곳으로, 기업의 경영진 교육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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