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6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누르고 재선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몰표가 기대되는 오하이오주 등 대부분의 격전지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당선에 필요한 '매직넘버'를 확보했다. 금융 위기 이후 침체된 미국 경제 회생과 중산층을 중시한 '큰 정부론'이 '작은 정부론'을 표방한 롬니 후보를 누른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밤 11시30분 현재 접전 지역이던 오하이오주 등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각주에 할당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재선에 필요한 270명이 넘는 선거인단을 확보해 203명을 확보한 롬니 후보를 앞질렀다.
이로써 232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던 오바마 대통령은 4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밤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는 운명도 아니고 우연도 아니다"라며 "여러분이 실현시킨 것"이라고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또 "대통령으로 있는 한 여러분들의 지지를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며 "오늘의 결과는 보통 미국민이 특정의 이익단체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 기반인 북동부 등을 등에 업고 접전주인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도 접수했다. 판세를 확정지은 것은 최대 격전 지역인 오하이오에서의 승리였다. 오하이오주는 선거인단 18명을 할당받은 주로 이번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풍향계로 평가돼왔다.
제조업이 밀집한 이 지역은 오바마 정권의 자동차 산업 구제 등의 수혜를 입은 중산층이 몰린 지역으로 지난 4년간 오바마 정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번 선거전에서 훈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의 롬니 후보는 중서부 인디애나와 남부 켄터키 등을 기반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투표일 당일 유세에 나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오바마에 고배를 마시는 등 격전지에서의 부진이 패인으로 지목됐다.
투표 당일인 6일 롬니 후보는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에서 부동표를 잡기 위해 마지막 유세를 펼쳤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에서 측근들과 농구를 하거나 근처 선거 캠프를 방문하는 등 두 후보는 엇갈리 행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한 것은 중산층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에서 자동차 산업 구제와 건강보험 개혁 등 지난 4년간의 성과를 강하게 내세웠다. 여기다 부유층 증세와 중산층의 감세 공약은 민심을 잡기에 충분했다.
롬니 후보는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성과를 내세우며 ‘강한 미국’의 부활을 강조했다. 오바마 정권의 ‘큰 정부’는 재정적자를 확대시키는 것과 동시에 민간의 경제활동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감세와 규제 완화에 의한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호소하며 막판까지 오바마 대통령을 추격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이날 대선과 함께 실시된 미 연방 상ㆍ하원 의원 선거에서는 전 의석이 물갈이되는 하원(430석)에서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2기에서의 국정 운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다행히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으로 2년마다 전체의 3분의1씩 물갈이하기 때문.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인 2009년 1월에는 상하 양원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했다. 그러나 2010년 가을 치러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며 경기 부양책과 세제 개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