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11일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가계부채를 지원키로 공약했다. 이 기금은 정부가 직접적인 재원을 투입하지 않고, 신용회복기금,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등을 활용, 채권을 발행해 충당키로 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기금을 통해 가계 이자부담 경감 과 금융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 등에 활용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가계소득은 늘지 않는데,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하면서 많은 가정이 높은 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특히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어, 가계부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우선 가계부채 지원 3대 원칙으로 △자활의지가 있는 경우에 한정해 지원 △금융회사도 손실 부담 △선제적 대응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차단 등을 제시했다.
국민행복기금 18조원을 통한 가계부채 해결 7대 정책과제로는 △서민 고금리 부담 경감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 지원 △불법추심으로부터 채무자 보호 △부채 큰 채무자 선제적 지원 △신용평가시 금융이용자 항변권 강화 △개인 프리워크아웃제 확대 △대학생 학자금대출 부담 경감 등을 선정했다.
먼저 서민 고금리 부담 경감 방안으로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10%대 저금리 장기상환 은행대출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의 신용회복 지원책으로는 금융회사와 민간 자산관리회사(AMC)가 보유하고 있는 연체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서 매입 후 신청자에 한해 장기분할 상환하도록 채무조정을 해주기로 했다. 이를 시행할 경우 금융채무불이행자 180만여명, 민간자산관리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140여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 등 약 322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또 채무감면율을 일반채무자의 경우 50%, 기초수급자 등에 대해서는 최대 70%까지 높여 상환부담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이 제도 시행 첫해 120만명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연체채권 12조원을 매입하고, 이후 매년 약 6만명의 신용회복을 통해 향후 5년간 30만명이 경제적 재기가 가능해진다는 게 박 후보 측의 설명이다.
다만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혜택을 받은 사람 중 은닉재산 발견 시 감면 채무까지 전액 상환케 하는 것은 물론 징벌 조치도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불법추심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금융회사 등이 공적기구인 배드뱅크 이외의 기관에 채권을 매각할 때 채무자 본인의 동의절차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회사가 채무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AMC에 채권을 양도해 많은 채무자들이 악성 추심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박 후보는 연체는 없지만 큰 부채 때문에 고통 받는 채무자에 대한 선제적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초과 채무자, DTI 40%~60%인 채무자 중 선별하여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고 금리조정을 해주기로 했다.
주요 대상은 생애최초 내 집 마련을 했으나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신용위기에 처한 사람, 영세 자영업 중 신용위기에 처한 사람, 결손가정 및 장애인 가정 가운데 신용위기에 처한 사람, 생계대책이 없는 노인가구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 시 금융이용자의 항변권 강화 방침은 신용평가사와 금융회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있는 현행 신용평가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신용평가회사들이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 결과를 사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개인이 부적정한 등급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항변기회를 부여토록 했다. 동시에 금융감독원 또는 금융소비자원에 ‘개인신용평가 구제 심판원’을 설치해 개인이 신용평가에 대한 이의조정과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 워크아웃제도’ 대상 기준을 현행 ‘채무불이행기간이 연속해서 30일 초과 90일 미만’에서 ‘최근 1년 이내 연체일수를 모두 합해 1개월 이상인자’로 확대키로 했다. 신용불량 위기에 처한 다중채무자에 대해선 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하면 채권기관의 독촉, 법적조치를 즉시 중단하도록 했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 부담 경감 방안으로는 한국장학재단, 시중은행, 저축은행, 대부업체로부터 연체된 학자금대출을 일괄 매입해 취업 후에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동안 추심을 중단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채무상환 능력에 따라 최대 50%까지 원금도 감면해 주고, 소득수준에 따라 장기분할상환제도를 적용키로 했다. 한국장학재단의 일반 학자금대출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6월 현재 한국장학재단 상환의무 대출자 183만명 중 과거 일반학자금 대출을 적용받는 약 105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