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갑작기 사퇴한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1.6 대선에서 재선된 지 불과 수일만에 공화당 계열의 퍼트레이어스 국장이 전격 사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의 대선 후보군으로도 거론됐던 전쟁 영웅 출신이다.
CIA와 경쟁관계인 미 연방수사국(FBI)이 불륜 사실을 적발했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정치적 음모론이 아니냐는 주장이 미 정계 안밖에서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퍼트레이어스 국장과 그의 전기를 쓴 폴라 브로드웰 간의 혼외 정사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퍼트레이어스 국장 본인은 지난 9일(현지시간) CIA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37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외도를 저지르면서 극도의 판단력 부족을 드러냈다”면서 “이런 행동은 남편으로서는 물론 조직의 지도자로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사퇴 이유를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FBI가 퍼트레이어스 국장을 수개월 동안 조사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대선 당일에야 관련 사실을 지휘 계통을 거쳐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피터킹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FBI가 4∼5개월 동안 조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FBI는 미 대선 당일인 지난 6일 오후 5시께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퍼트레이어스 국장과 관련된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클래퍼 국장은 관련 사실을 백악관에 보고했고 퍼트레이어스 국장에게는 사퇴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큰 파문이 예상되는 퍼트레이어스 국장 조사 사실을 FBI가 수개월 동안 지휘선상에 있는 클래퍼 DNI 국장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 언론 등에서 정치적 음모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이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공격을 받아 크리스 스티븐스 대사 등 미 관리 4명이 숨진 사건을 놓고 미 정보당국이 압박을 받고 있는 시점에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불륜 사건이 불거진 점도 음모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퍼트레이스 국장의 불륜 상대자인 브로드웰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에게 위협적인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고 신원 미확인 여성이 관련 사실을 FBI에 신고하면서 FBI가 수사에 착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신원 미확인 여성은 FBI에 브로드웰과 퍼트레이어스 국장 간의 사적인 이메일도 공개했다.
FBI는 CIA 국장의 이메일 관리가 허술한 것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조사를 벌이다 불륜 사건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이메일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해당 이메일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주는 것인지 등이 확인되지 않아 수사 착수 배경과 과정에 대한 의혹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때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인물이 사전 징후없이 갑작스럽게 몰락한 것을 놓고 정치적 음모론 등 구설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