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중증 폐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 1년여 만에 보건 당국의 공식 조사가 시작된다.
질병관리본부는 300건이 넘는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폐손상 의심사례를 접수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날 접수창구를 연 지 1년이 지나 어느 정도 의심사례 신고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는 연령에 관계없이 가습기살균제(세정제) 사용 경험이 있는 동시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 폐질환, 과민성 폐장염, 급성간질성 폐렴 등을 앓은 사례 신고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받아왔다.
사례별 인적사항은 물론이고 가습기 살균제 사용량, 의무기록, 영상의학 검사 및 병리 검사 결과 등 기본 자료들이 수집된 상태다.
지난 1년 동안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 의심 사례는 모두 184건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은 184건과 함께 같은 기간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접수된 126건(중복 제외)의 피해 신고 정보도 넘겨받아 모두 310건을 대상으로 이달 중순께부터 가습기살균제와의 상관관계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310건 가운데 30%인 94건은 결국 환자가 목숨을 잃은 경우였다.
조사 주체는 임상의학·예방의학·환경보건·독성 분야 전문가 20명 안팎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 조사위원회(가칭)'가 맡는다. 위원회에는 당국이 전문성과 역량을 기준으로 선정한 위원 뿐 아니라 객관성을 위해 시민단체가 추천한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한다.
이미 당국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달말 준비 회의를 열어 위원회 인선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질병관리본부와 시민단체 측이 각 1명씩 인사를 추천해 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기로 합의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달 중순께 조사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고 300여건 의심 사례 하나하나를 대상으로 분석에 들어갈 것”이라며 “보건 당국의 공식 의심사례 접수는 마감됐지만 조사 중이라도 여전히 시민단체 등을 통해 의심사례 신고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로 대한결핵·호흡기학회가 연구·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6년부터 작년 9월까지 5년여동안 전국 의료기관 의무기록을 통해 확인된 ‘원인미상 중증 폐질환’ 환자는 모두 212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102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