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관람불가 ‘19금’ 판정을 받은 옴니버스 영화 ‘사이에서’(22일 개봉) 주연이 눈길을 끈다. 황수정(40)이다. 황수정은 한국 스타사에 스타로서의 화려한 비상과 밑바닥으로 추락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의 연기자다. 1994년 SBS 전문MC1기로 방송계에 입문한 뒤 특집극‘칠갑산’으로 연기자로 전업해 ‘해빙’‘연어가 돌아올 때’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CF와 드라마에서 청순한 이미지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시청률 60%를 넘는 인기를 얻은 이병훈PD의 MBC사극‘허준’에서 지고지순한 여성의 캐릭터 예진아씨를 맡아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1999년 ‘허준’촬영장에서 만난 20대의 황수정은“사극은 낯선 장르고 힘들지만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 열심히 하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지고지순한 예진아씨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주세요”라며 웃었다. 현장에서 본 황수정의 외모와 분위기는 예진아씨처럼 청순 그 자체였다. 송윤아 김지수 등 스타들이 거절해 황수정에게 예진아씨역이 돌아갔다는 이병훈PD의 설명을 듣고 스타가 되는 데에는 운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허준’대성공으로 여자 주연인 황수정은 연기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한해 수십개의 CF에 출연하는 톱스타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허준’이후 황수정에게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출연요청이 잇따랐다. 그야말로 예진아씨 황수정 전성시대였다. 청순한 이미지의 황수정에 대한 대중 특히 남성들의 관심은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최고의 톱스타 자리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스타의 광휘에 취해 사생활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2001년 11월 마약투여 혐의로 구속직후 유죄판결을 받아 징역형을 살고 남자와의 염문설일 터지면서 황수정의 인기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 많던 CF에서도 일제히 퇴출됐다. 대중은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그녀의 모습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청순한 이미지와 정반대의 범법행위로 수감된 황수정에 대해 비난과 비판을 쏟아냈다. 5년여의 자숙기간을 거쳐 2007년 드라마 ‘소금인형’으로 복귀했으나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눈길을 끌지 못했다.
황수정은 한국 스타사에 두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 연기자다. 아무리 높은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라 하더라도 불법행위 등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점이다. 또한 스타가 견지한 이미지와 상반된 행태를 보였을 때 파장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입증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