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TC 의정서 채택…한국 ‘금연 후진국’ 오명 벗나 ‘주목’

입력 2012-11-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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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담배·흡연 규제 회의인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5차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서울 코엑스에는 ‘죽음의 시계(Death Clock)’가 전시돼 있다. 이 시계는 1999년 FCTC가 출범한 이래 담배로 인한 전 세계 누적 사망자 숫자를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 6208만 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176개 당사국 대표단과 국내와 해외의 NGO 대표단 등 총 1000여명이 참가한 FCTC 당사국 총회가 12~1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특히 개막 첫날 2005년 협약 발효 이후 처음으로 의정서가 채택되는 성과를 낳았다. 이번 의정서 채택은 세계 담배산업의 확산을 막는 국제적 수준의 실질적인 규제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된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담배시장 전체의 9~11%가 불법거래로 유통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각국의 세수 손실이 약 40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FCTC는 담배제품의 제조부터 판매까지 모든 단계의 공급망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해왔고 이번 서울 총회에서 ‘담배제품의 불법거래 근절을 위한 의정서’ 형태로 공식 채택했다. 의정서가 채택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성과에도 이날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 해외 대표단과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은 아직까지 ‘금연 후진국’이며 금연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지난 9월에야 입법 예고한 담뱃갑에 섬뜩한 경고사진을 부착하는 방안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270개국이 도입했다.

담배 가격도 2004년 500원 인상된 이후 지금까지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은 공간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흡연을 억제하는 비가격정책에 의존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호주의 담배가격은 1갑당 17달러, 캐나다는 10달러인 반면 한국은 2달러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은 담배규제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지난 1992년 무려 75%에 달했던 국내 성인 남성 흡연율은 1998년 66.3%로 줄어든 뒤 지난 2007년 45.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남성 흡연율은 2008년 조사에서 47.7%, 2009년 46.9%, 2010년 48.3%로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등 정체돼 있는 실정이다.

총회에 참석한 한 국제 NGO 대표단은 “금연 정책에 열심인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볼 때 한국은 아직 금연 선진국이 아니다”면서 “지금 묵고 있는 호텔에서 담배 냄새가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버스 정류장과 식당에서 전면 금연을 한 정책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번 FCTC 당사국 총회를 계기로 올해를 ‘금연선진국’의 도약 원년으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의정서가 공식 채택되면서 이와 같은 정부의 의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의정서를 통해 담배 불법거래 근절을 위한 공급망 규제, 위법행위 정의, 국제협력, 분쟁해결 등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 나갈 수 있게 됐다”면서 한국 정부도 총회의 취지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번 서울 총회는 처음으로 담배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한 것으로 의미가 있으며 보건복지부가 더욱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펴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한 것이므로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12일부터 일주일간 ‘담배회사는 살인면허 소지자, 담배회사가 8000억원 버는 동안 매년 5만명 죽어간다’는 주제로 KT&G 타워 앞 거리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또 13일 오후 1시 10분에는 코엑스 3층 D3홀 앞 로비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금연스타일’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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