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게 까지 말고 이렇게 까라니까”
“그렇게 까면 뭔 맛이라고? 이렇게 까야 제 맛이지. 거 말 같잖은 소리를”
“말 같지 않기는 뭐가. 내 말 들어서 언제 손해 봤어?”
“손해 봤지”
“뭘 손해 봐, 지금껏 이만치 산 것두 다 내덕이지”
“그게 어째 당신 덕이야. 내가 돈 갖다 줬으니까 이만치 사는 게지”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도 아직 싸울 거리가 있다. 노부부는 계란문제 외에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로 말다툼을 이어갔다. 노부부의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기차는 단양을 지나고 있었다. 노부부는 조용했다. 잠이 든 건지 싸울 거리가 떨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카메라 가방에서 소보루 빵을 꺼냈다. 맘모스 제과에서 산 빵이었다. 맘모스 제과는 안동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빵집으로 이름 만큼 맛있지는 않다. 그래도 안동 시내를 돌아다니려면 필수적으로 기억해야 하는 이름 중 하나다.
‘태사묘를 가려면 어떡해요?’ 라고 물었을 때 안동사람들은 ‘맘모스 제과 지나서 쭉 걸어가면 되요.’라고 말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보루 빵을 다 먹었다. 내내 걸어다닌 탓인가 보다. 오른쪽 발목이 아팠다. 내가 발목을 주무르는 사이, 노부부의 말다툼이 이어졌다. 이번엔 헤어스타일 문제였다.
“이렇게 좀 해보슈”
“뭘 이렇게 해. 됐어”
“머리털이 없으니께 그렇지”
“그게 내 탓이야?”
“그럼 내 탓이유?”
“누가 당신 탓이래?”
이번엔 할머니가 이겼는지 잠잠했다. 핸드폰을 꺼내 나의 머리를 비춰보았다. 머리모양이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소보루 빵에 시비를 거는 사람도, 발목을 걱정해 주는 사람도 없다. 이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익숙한 일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듯 보였다. 나는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