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의 과천담론] "국민행복은 GDP순이 아니죠"

입력 2012-11-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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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쏟아내고 있는 내년 우리나라 GDP성장률 전망이 하나같이 암울하다. 내년만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면서 2031년부터 2060년까지의 평균 성장률은 1%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장기 침체와 저성장 지속을 강조하는 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만다. 특히 GDP성장률 둔화의 주된 이유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라는 지적에는 돌파구를 찾는 일마저 맥이 풀린다.

언제부턴가 GDP는 국가적 성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 버렸다. 국가·사회적 발전이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총생산량의 증가로 측정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GDP가 증가하면 소득과 고용 그리고 삶을 유지하고 즐거움을 배가시켜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증가된다.

그러나 GDP의 구성은 일반 국민 모두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그 규모와 내용은 구성요소를 생산하는 이들, 즉 제조업자들에 의해 결정될 뿐이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도덕적 비판자로 불리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과거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탁월했던 성취는 예술·문학·과학 분야의 업적이라면서 일찍이 GDP 측정법의 배타성을 지적했다. GDP 성장이 국가와 사회 발전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GDP가 아니라 행복을 척도로 내세운다. 그녀는 한 사회의 가치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들 가운데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구성원들의 행복이 그 척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구 63만명에 경기도와 강원도를 합한 면적을 가진, 인도와 중국 국경에 접한 부탄이라는 나라가 있다. 1972년 당시 통치자였던 지그메 싱계 왕추크 국왕은 국민들이 환경보호와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정책을 국정목표로 내세웠다.

그 결과 부탄은 현재 지구상에서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1년 부탄의 1인당 GDP는 2121달러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국가인 셈이다.

1인당 GDP가 부탄의 10배에 달하는 2만 달러의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지난해 OECD가 창설 50주년을 맞아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지수(Your Better Life Index)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6위를 차지했다. 세계 7위 수출국,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라지만 국민의 행복감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부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행복은 부탄의 강 건너편에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질적 풍요에 맞춰 커졌어야 할 행복이 물질 때문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생산효율성의 증가가 개인의 생산성 압력으로 이어지고 더 많은 소비를 통해 경제가 굴러가도록 만들어놓은 결과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GDP성장률 하락 전망에 절망하고 행복까지 송두리째 빼앗긴 듯 좌절한다. 경제적으로 궁핍해질 경우 인간적으로도 궁핍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사람이 부를 소유하지 않고 부가 사람을 소유하고 있는데 누구를 탓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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