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착한남자’가 ‘보통’의 소중함을 알려주었네요

입력 2012-11-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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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드라마 ‘세상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가 종영했다. 결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20회 동안 ‘착한남자’를 착하게 시청했던 착한 시청자들은 “최선의 결말이었다”며 해피엔딩을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9월 12일 첫 방송부터 11월 15일 마지막 방송까지 총 20회를 깨알같이 챙겨본 착한 시청자만이 가질 수 있는 만족감이다.

15일 마지막회에서 마루(송중기)는 기억을 잃고 그토록 원했던 평범한 삶으로 발을 들여놨다. 사건의 발단이 된 재희(박시연)의 욕망은 드라마의 당연한 수순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고, 극의 감초 역할을 했던 재길(이광수)과 초코(이유비)는 결혼으로 최고의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가시 같은 악역이었던 재식(양익준)은 통닭 장사를 하면서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줘 등장인물은 전체적으로 행복한 일상을 영유하기 시작했다.

‘착한남자’는 표면적으로 멜로드라마를 택했지만 사실 사랑을 비롯해 가족, 희생, 삶과 죽음을 시사한 작품이다. 신분상승, 집착, 복수, 음모, 기억상실 등 막장드라마 단골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우려가 집중됐지만 노련한 멜로 작가의 영리한 선택은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트라우마 등을 통해 많은 것들을 시사했다.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 혹은 고된 삶일 지라도 살아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강조했다. 또한 비뚤어졌다 할지라도 가족이라는 점과 가족의 운명으로 묶인 구성원의 소중함도 일깨웠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순간 지겨워하고 마는 가족과 사랑, 평범한 삶의 소중함, 삶과 죽음에 대한 선택의 순간에서 그래도 삶을 택해야 하는 이유를 마루의 희생을 통해 역설했다.

‘착한남자’ 속 가족은 모두 비틀어져있다. 재벌가라는 울타리 속에 욕망으로 가득 찬 아내(박시연)와 돈과 권위, 불안과 불신으로 점철된 남편(김영철), 엄마를 잊지 못하고 삶을 조소하는 딸(문채원)이 있다. 가난한 삶 속에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오빠(송중기)와 마치 전쟁 통에서 피어난 꽃 같은 동생(이유비)이 그래도 웃으며 살아내고 있다. 몸 파는 엄마와 깡패 오빠가 싫었던 여동생(박시연)은 결국 가족을 버렸고, 동생으로부터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했던 오빠(양익준)는 남보다 못한, 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이처럼 비뚤어진 가족이지만 결국 아내이자 남편이며 오빠이자 동생이라는 것을 드라마는 말했다.

“내가…마루 죽여 버리려고 했거든. 근데 치키치키 초코인지 뭔지 걔가 자꾸 나한테 밥을 해주는 거야. 지 오빠 죽이려고 간 나한테… 어제는 내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끓여주더라고. 미역국을 얻어먹고 내가 어떻게…”

어릴 적부터 자신을 오빠 취급하지 않았던 재희를 향한 재식의 절규는 평범한 가족과 가족 간에 보이지 않는 믿음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초코의 뽀뽀를 받고 살짝 돌아서는 재길의 미소를 통해서도 전달되는 메시지다.

“내가 언제 내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나만 생각하고, 내 욕심만 부려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내가 갖고 싶은 거 갖고 산 적 있었나? 죽는 게 지옥이지 사는 게 왜 지옥이야?”

재희를 향한 마루의 대사에서는 누더기 같은 삶이라도, 줄 수밖에 없는 삶이라도 살아 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가족에게 희생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모두 내준 남자는 철저한 배신을 당하고 때로는 버림 받았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것을 택했다. 나쁜 기억을 애써 잊어가면서라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때 난 세상과 내 자신에게 몹시 지쳐있었고 이번 생은 그냥 이대로 끝나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음 생에는 은기와 꼭 만나서 세상사람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연애를, 세상사람 누구나 모두가 하는 평범한 연애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그렇게 신에게 기도했던 것 같다”

‘착한남자’는 평범함, 보통…그것을 지켜내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며 막을 내렸다. 빠른 전개를 감당하지 못해 섬마을 꼬마의 입으로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을 한 대목만 빼면 ‘착한남자’는 이경희 작가가 탄생시킨 또 한 편의 수작으로 평가 받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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