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측, 安 달래면서도 ‘내부 불만’

입력 2012-11-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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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6일 교착상태에 빠진 단일화 논의와 관련,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先 당 혁신조치, 後 회동’을 제안하면서 민주당이 사태 수습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은 전날만 해도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거냐”, “포인트를 모르겠다” 등 안 후보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자 답답함을 호소했었다.

그러던 안 후보가 이날 오전 ‘문재인 후보와 국민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미 제기돼 온 민주당 혁신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길 것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등 전날의 모호한 화법보다 한결 구체화된 요구를 했다. 두 후보의 전격회동 같은 수습책도 거론됐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바로 만나 새로운 정치 실현과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마무리 할지 의논했으면 한다”고 했다. 단일화 성사에 대한 입장은 분명히 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르면 이날이나 이번 주말 후보 간 회동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다.

◇安 요구 ‘결국 친노 청산?’ = 후보 간 전격회동 등을 통해 사태가 진정국면에 돌입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오면서 문 후보 측은 내심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다만 어떤 식으로 안 후보 요구사항에 해답을 내놓는지가 향후 단일화 성패의 키를 쥐고 있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찬 회의에서 협상 중단에 따른 캠프 선대위원장들의 총 사퇴 표명을 보고 받았다. 하지만 문 후보는 “그럴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의를 반려했다고 한다. 문 후보 측 선대위원장은 박영선, 김부겸, 이낙연, 이인영 등 10명으로 구성돼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요구가 당내 친노(친노무현) 청산 등 인적 쇄신, 문제가 된 의원들에 대한 문책 및 조직동원 중단 등이 쟁점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해찬 대표 -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 으로 대표되는 인적쇄신 카드가 조만간 실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박 퇴진이 그닥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이-박 퇴진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졌을 당시, 이 대표 측은 자진사퇴보다 문·안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명분 있는 퇴진으로 후보단일화 물꼬를 틀 것임을 시사해왔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결단이 빨라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文 ‘친노’단 발끈 = 하지만 문 후보가 ‘친노’라는 단어에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안 후보가 요구하는 인적쇄신이 제대로 수용될 수 있을지 우려를 보내는 시각이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오마이TV ‘열린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친노 9인방 퇴진 선언이후 막후 정치를 한다고 의심한다’는 질문에 “그렇게 의심하면 단일화 대상이 안 된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단일화 협상팀에 친노 보좌관이 배석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정색해서 말하겠다. 배석해서 안될 이유가 무엇이냐. 친노라는 이유냐”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박 퇴진을 요구한다는 시각과 관련해선 “단일화를 위한 선행조건으로 민주당이 먼저 다 (쇄신이) 돼야 된다고 하면 민주당에 대한 선의의 충고는 고맙지만, 약간은 아슬한 점이 있다”고 했다. 인적쇄신은 당내 문제임을 분명히 한 셈인데, 안 후보와의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문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 사항에 일일이 답변을 못하더라도 ‘참여정부’나 ‘친노’라는 단어가 나오면 고개를 돌리고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안 후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민주당의 인적쇄신인데, 민주당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文 측 “어제 하루 꾹 참았지만…” =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 보이콧 3일째인 16일 문재인 캠프는 협상재개를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날 하루 동안 두 번에 걸쳐 문 후보의 직접적인 사과까지 했는데 안 후보가 꿈쩍도 하지 않은데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엔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문 후보께서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의 대전환을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고 하자, TV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본 몇몇 당직자들의 입에선 허탈한 탄성이 나왔다.

전날 몸을 낮추던 분위기와는 달리 역공자세를 취하며 잘못된 관계는 바로잡겠다는 기류가 흘렀다. 특히 안 후보 측에서 협상 중단의 원인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크게 반발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오전 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협상장 얘기를 안 하기로 해놓고 자기들(안 후보 측)이 다 얘기하고 비틀고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오전 예고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 “우리 캠프에서 구태정치, 조직 동원 정치를 한다는 데 대해 반박을 해야겠다”면서 “자원봉사자가 자기를 지지하는 후보를 돕기 위해 문자를 보낸 것도 구태정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어제 하루는 분위기 진정을 위해 꾹 참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담까지 문제 삼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했다.

안 후보 측에서 조직동원 사례로 거론한 시민캠프 일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캠프에서 ‘누구를 내려놔라 누구를 빼라’등 ‘몽니’를 부리는데, 민주당 내부의 쇄신을 이용하는 옳지 않다”고 정면 반박했다.

김영경 선대위원장은 “유리그릇 깨질까봐 겸손하게 더 낮은 자세로 임해왔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너무 겸손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간 안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저자세였다는 노골적인 불만이 제기된 거다.

단일화 협의의 파행을 놓고 양 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향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제대로 된 통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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