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뒤로 숨은 것처럼 보였던 건설공약이 대선 정국에서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등 유력 주자들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반대하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보다 더한 초대형 토목사업과 지역 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 공약은 사업별로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되지만 정작 재원마련 대책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어 포퓰리즘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먼저 초대형 토목사업으로 박 후보는 남북을 거쳐 유라시아로 연결되는 철도망 구축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반도 종단철도와 유라시아 철도, 중국 철도를 연결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발전시켜서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는 해남~보길도에 해상 교량(28㎞)을 건설하고 보길도~제주를 해저터널(73㎞)로 연결하는 사업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안 후보는 대륙철도 연결을 중심으로 도로와 해운을 결합하는 복합 물류망을 구축하고, 유라시아 대륙철도와 연결되는 북한 철도구간을 단계적으로 현대화해 국제물류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지역별로는 SOC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차별적인 개발 공약이 쏟아졌다.
경남에선 박 후보가 남해안 관광벨트사업, 남해안 철도고속화사업,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약속했다. 문 후보는 첨단산업과 융복합산업의 신산업수도로 육성, 진주혁신도시, 김천~진주~거제 간 고속화 철도 조기 건설을 다양하게 내놨다. 지역공약이 완성되지 않은 안 후보는 서부경남권 항공산업 육성을 위한 주변지역 SOC 구축 사업 등을 검토 중이다.
강원의 경우 박 후보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착공과 동서고속철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을, 문 후보는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건설과 광역도로망 확충을, 안 후보는 대륙 전진기지 구축을 각각 공약했다.
충북에서는 박 후보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중부내륙철 복선·고속철도화, 청주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충청내륙교통 인프라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도 충청내륙고속화도로 조기건설, 청주공항의 내륙거점공항화, 과학벨트의 성공적 조성 지원, 바이오산업 인프라 구축을 추진키로 했다. 지역공약이 완성되지 않은 안 후보도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개발 공약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는 데는 민심을 뒤흔드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공약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실 지역 사업 한 개에 이해관계가 달린 사람이 수십 만 명이 되기 때문에 지역민심을 잡기에 개발 공약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